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일명 '빨간 모자'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은 모두 136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찰의 방범활동이 강화된 지난 연말연시 두달간은 오히려 이틀에 한번꼴로 성폭행 또는 강도행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나 경찰의 범죄예방활동과 검거 시스템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28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성폭행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된 송모(31.무직)씨는2003년 3월부터 최근까지 67명을 성폭행하고 53명을 강제 추행하는 한편, 16명에 대해서는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등 모두 여성 136명을 상대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송씨는 경찰이 지난해 12월 13일부터 3주간 실시한 '연말연시 특별방범활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12월과 지난 1월 무려 15명을 성폭행하고 5명을 강제추행했으며 5명에 대해서는 미수에 그쳤다. 강도 또는 강도미수 7건까지 합치면 이틀에 한번꼴로 성폭행 또는 강도행각을벌인 셈이다. '화투패 빨간 색이 재수가 좋다'는 생각에 주로 빨간 모자를 쓰고 범행한 송씨는 주로 영업이 끝나는 시간에 손님을 가장해 술집에 침입, 여주인들을 흉기로 위협하며 성폭행해왔다. 송씨는 인천을 비롯, 경기도 일산.수원.분당.김포.안양.용인.고양.의정부.안산.부천.구리.시흥.평택 등 수도권 지역의 술집에 침입, 여주인을 흉기로 위협하며 숫자 스물을 셀 동안 옷을 벗도록 강요한 뒤 성폭행했으며 때로는 여주인과 여종업원2∼3명을 함께 성폭행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같은 송씨의 범행 행각이 드러나자 경찰의 치안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이 이 연쇄 성폭행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은 지난해 12월 2일. 그러나 수사 초기 성폭행 발생지역 경찰서별로 수사가 지나치게 검거 경쟁 쪽으로 치우쳐 경찰서간에 용의자에 대한 정보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많은 문제를 노출, 상부기관인 인천경찰청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인천경찰청이 지난 2월 24일 뒤늦게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수사전담반을 설치, 수사창구를 일원화했지만 '빨간 모자' 송씨는 이미 100여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뒤였다. 경찰이 수사기간 중 유흥업소 등지에 배포한 수배전단지에도 송씨가 '1∼2명이영업하는 카페.바 등 주점에 손님을 가장해 들어와 현금.수표 등을 빼앗아 도주'했다고만 간략하게 표기했을 뿐 성폭행 용의자라는 사실은 명시하지 않아 술집 여주인들의 경각심을 높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 검거전에 피해신고가 60건정도 들어왔고 그나마 20건은 강간피해는 빼놓고 강도 피해만 신고했다"고 전하고 "지난해 12월 이전에는 송씨의 범행이 수도권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산발적으로 이뤄져 각 서별로 수사를 진행했다"고말했다. 이 관계자는 "송씨가 동종 전과가 없어서 초기 검거에 애를 먹었지만 수사전담반이 발족한 지 한달이 채 안 되는 시점에서 범인 검거에 성공한 점을 평가해달라"고 덧붙였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