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4시 서울 역삼역에 있는 모 영어학원 세미나실.한 특허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2년차 "새내기" 변리사 김준현씨(28.가명)가 4명의 친구들과 함께 두꺼운 영어책과 씨름하고 있다. 그는 대학 과(전기공학)동기 2명의 권유로 한달에 두번씩 열리는 이 모임에 처음 참석했다. 김 변리사가 바쁜 스케줄을 쪼개 관심을 쏟는 이 모임의 이름은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 스터디반.직장인들이 만든 모 포털사이트의 '미국 로스쿨 진학' 카페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독립해 별도 오프라인 모임을 만든 것. 이날의 토론주제는 논리력 측정 기출문제 경향분석. 3년 간 준비기간을 거쳐 '고소득 전문직'인 변리사에 합격한 김씨가 또다시 골치아픈 LSAT공부에 나선 이유는 뭘까. 오는 2008년 도입되는 한국형 로스쿨 입학을 겨냥한 때문이다. 김씨 등은 기출문제유형 등을 분석하기 위해 최근 일본 로스쿨 입시문제 확보에 나섰다. 그는 "아직 3년이 남아있지만,벌써부터 로스쿨 진학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변리사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변리사들이 로스쿨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른바 '포스트 사법고시'시대를 겨냥한 시장확대차원이라는 것. 변호사 자격증만 딴다면 변리사의 활동영역은 그야말로 '무한대'에 가깝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허 실용신안 의장 상표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기본 업무는 물론 변호사들의 텃세에 막혀있던 특허침해관련 손해배상 소송까지도 맘대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반 변호사들보다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변리사업계의 주장이다. 전문성과는 무관하게 변호사란 타이틀 만으로 변리사 자격을 자동취득하는 변호사들과는 '실무능력'에서 차별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 로스쿨을 통해 이공계 출신 변호사들이 쏟아진다 해도 이들보단 한수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한몫하고 있다. 개업 5년차인 한 변리사는 "그동안 변리사들은 변호사들의 텃세와 영역확장에 불만이 있어도 사법고시란 문턱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참아왔지만,학부성적과 적성시험만으로 입학할 수 있는 로스쿨이 도입되면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며 "업무 연관성과 지적능력 등을 고려할 때 로스쿨 3년을 투자해 가장 확실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전문직종은 변리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중견 변리사는 "로스쿨 정원이 3천∼5천명선으로 늘어나 입학이 쉬워진다는 전제에서만 기대할 수 있는 일"이라며 "게다가 두 영역을 모두 넘나든다는 게 실무적으로도 쉽지않아 투자가치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