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알프레드 정신병연구소소장 자야슈리 쿨카르니 박사는 경구피임약을 사용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우울증 발병률이 약 2배 높다고 밝힌 것으로 호주 일간지 에이지(The Age) 인터넷 판이 1일 보도했다. 쿨카르니 박사는 우울증 병력이 전혀 없는 여성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섞인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31명과 복용하지 않는 31명을 대상으로 본인과 의사가 평가한 우울척도(depression rating)를 비교한 결과 피임약 그룹이 평균 17.6점으로 대조군의 9.8점에 비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쿨카르니 박사는 우울척도 17.6은 다소 심각한 우울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피임약 복용 여성이 우울증 정도가 이렇게 높게 나타난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피임약 복용 여성들에게서 나타난 우울증의 형태는 지속적인 기분저하, 삶의 즐거움 상실, 식욕감퇴, 수면장애, 죄책감, 분노, 집중력 저하 등이었다. 쿨카르니 박사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중에서 기분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큰 것은 프로게스테론이지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두 종류의 호르몬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을 따로따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 피임약의 종류, 복용기간, 복용단위가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임약이 이처럼 우울증과 연관이 있는 것은 피임약이 뇌 속의 어떤 화학 물질의 분비를 촉발하거나 잠복해 있는 우울증을 노출시키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쿨카르니 박사는 설명했다. 쿨카르니 박사는 그러나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여성은 무조건 투약을 중지할것이 아니라 우울한 기분이 계속되는 경우 의사와 상의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s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