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항해하다 어선을 충돌하고도 그대로 도주해 선원 5명을 숨지게 한 외국인 선장이 40여일간에 걸친해경의 끈질긴 추격끝에 붙잡혔다. 이 선장은 어선 충돌 사실을 알고도 구조나 신고 등 사후 조치를 전혀 취하지않은채 도주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있다. 목포해경은 23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파나마국적 1만6천t급 화물선 오오시엘 오소리티호 선장 도리너 레카레타각탁(56.필리핀)씨를 긴급체포해 조사중이다. 이 화물선은 지난달 13일 오후 10시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남동쪽 31마일 해상에서 충남 태안선적 29t급 안강망어선 덕성호(선장 김은용.48. 목포시)를 충돌, 도주하는 바람에 이 배 선원 5명을 실종 또는 사망케 한 혐의다. 이 사건은 어선이 전복된채 10시간여만에 발견되면서 완전 범죄를 노린 이들의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선장 도리너 레카레타각탁씨는 어선을 충돌했다는 선원들의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채 도망갔다. 겨울 바다의 경우 사람이 바다에 빠질 경우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구조되지 않으면 숨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었지만 어선이 침몰, 그냥 사라질 줄알고 그대로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덕성호는 사고발생 10시간만인 14일 오전 8시께 전복된채 발견되자 해경은 실종자 구조작업과 함께 수사 전담반을 구성, 수사에 나섰다. 해경은 목격자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육, 해군 레이더 기지 협조 및 국제 공조수사를 거쳐 사건 당시 이 해역을 지나간 선박을 파악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를 벌였다. 항적도를 정밀 분석한 결과 해경은 사고 해역 부근에서 30여분 동안 표류하다항해한 이 화물선을 용의 선박으로 보고 충돌 부위 페인트 흔적을 찾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을 의뢰했다. 성분 분석 결과 사고 어선의 페인트와 일치하자 부산에 정박중인 이 화물선 선장을 긴급체포,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 특히 이 화물선 선장은 항해 및 기관일지, 항해장비를 조작하는 등 범행을 철저히 은폐해 왔으나 해경의 끈질긴 수사로 40여일만에 결국 들통이 났다. (목포=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chog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