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혼가구 6가구 가운데 1가구꼴로 부부 사이에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부는 지난해 9-12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19-65세 혼인경험자 6천156명(남성 3천71명ㆍ여성 3천85명)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5.7%가 지난 1년 간 배우자에게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것으로 답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와 함께 정신적 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42.1%, 성적 폭력을 당한 비율이 7.1%였으며, 신체적 또는 정신적, 성적 폭력 가운데 한 가지라도 경험한 비율은 44.6%였다. 이중 신체적 폭력 비율의 경우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가 높은 가정(17.5%)이 그렇지 않은 가정(9.1%)보다 높았고, 남편우위형 가정(21.7%)이 부부평등형 가정(9.9%)보다 2배 정도 발생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배우자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63.8%가 우울 수준이 높고 부부생활에 불만족(60.9%)할 뿐 아니라 친척이나 이웃과 만나는 횟수가 줄어 사회생활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었다. 또 남성 주도의 아내 폭력(12.1%)이 여성 주도의 남편 폭력(3.7%)보다 많았고,발로 차거나 주먹 또는 혁대, 몽둥이로 때리고 흉기로 위협하는 '심한 폭력'도 남성(3.7%)이 여성(1.2%)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가정폭력 발생시 경찰에 신고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11.8%에 그쳤고,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가 44.3%로 가장 높아 경찰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다음으로 조사 대상자들에게 자녀에게 정신적 또는 신체적 폭력을 행한 경험이 있는지를 질문한 결과 69.2%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그중에서도 신체적 폭력의 경우 절반이 넘는 51.9%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리는 정도 이상의 '심한 폭력'을 행사한 경우도 9.1%나 됐다. 특히 아동기에 부모의 배우자 폭력을 목격하고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자녀에 대한 폭력 비율이 남성 53%, 여성 64.4%로 높게 나타나 부모의 어릴 적 경험이 성장후 자녀폭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결과 부부폭력 비율은 배우자에 대한 열등의식과 사회적 스트레스 수준이 높고 음주량이 많은 경우 높았으나 자녀폭력에서는 부모의 열등의식과 음주량은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조사 대상자의 부모에 대한 폭력은 대부분 정신적 폭력이었으며, 남성의자기 부모 폭력비율은 33.1%, 여성의 자기부모 폭력비율은 30.8%였다. 정부가 부부폭력뿐 아니라 조사 대상자의 자녀와 부모에 대한 폭력을 포함해 전국차원의 대규모 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