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셋인 김인동 할아버지(78,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지난해 말 서울시 노인학대 예방센터를 찾았다.

계속되는 자식들의 구박을 견디기 힘들어 상담을 받기 위해서다.

"자식들에게서 용돈을 받아본지 몇년됐다"면서 "심지어 면전에서 "이렇게 오래 살지 몰랐다"는 말까지 들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김 할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다며 양로원에나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령화사회가 급진전되면서 '노인소외'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장기불황의 여파로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중년들의 경제력이 약해지면서 노인부부 가구나 독거노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04년 노인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가정의 51.2%가 혼자 살거나 노부부들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노인들과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는 94년 56.2%에서 98년 53.2%,지난해 43.5%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는 손자뻘에 해당하는 젊은 세대일수록 노인세대와 거리감이 커지고 막상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중년세대는 노부모 부양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는 경향을 보여 노인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이화여대 사회학과 조성남 교수팀이 서울지역 8백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작성한 '고령화ㆍ정보화 시대의 신(新)효(孝)문화 실천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세대일수록 '노인은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라고 대답해 '신세대와 구세대간의 거리감이 커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조사에서 20대의 66.4%가 '노인은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라고 답했다. 이 같은 인식은 30대(62.7%) 40대(61.9%) 50대(58.7%) 60대(47.6%) 등 나이가 들수록 낮아졌다. 젊은세대일수록 노인의 사회적 위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또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세대일수록 노인 부양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20대의 34.8%가 '노인과 함께 지내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 반면 30대 45.4%,40대 43.9%,50대 44.8%,60대 47.6% 등 실제로 부모를 부양할 세대가 될수록 부담을 더 느낀다고 답했다.

이 밖에 '노년기에도 창업이나 결혼 등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한 비율도 연령이 높을수록 급격히 줄어들어 현격한 세대간 인식차이를 보였다. 이 질문에 20대 23%,30대 22.7%,40대 14.7%,50대 7.1%,60대의 6.8%가 '그렇다'고 답했다.

조사를 담당한 조 교수는 "응답자의 54.9%가 노인이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하는 등 우리사회에서 노인을 '존경받지 못하고 소외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인소외 문제를 풀기 위해 가족 단위에서 대화와 관심으로 소외감을 덜어주고 노인복지 시설 등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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