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기아자동차 `채용 비리'에 대해 자성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비리 원인에 대해서는 경영계와 커다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기아차 노조 간부의 빗나간 행동은 인정하지만 `회사와 노조가 함께빚은 기업 비리'로 파악, `귀족노조의 예고된 비리'로 보고 있는 경영계와 현격한시각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노조의 혁신 노력과함께 기업의 노무관리 선진화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했다. ◆민노총과 경영계 `채용 비리' 진단 대조= 민주노총은 26일 기아차 광주공장노조의 채용비리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노조 간부가 채용비리에 개입한 것은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자정노력과 함께 진상조사를통해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번 채용비리를 "노조 간부가 사측의 매수놀음에 놀아난 사건으로 후진국형 인사 노무 관행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사측의 노조 무력화 기도를위한 노조 간부를 포섭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기아차 노조가 직원 채용 추천권을 주는 등 회사측의 `사탕발림'에 철저한 도덕성 무장없이 대응해 비리를 일으킨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불투명한 기업 채용관행과 후진적인 노무관리가 더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채용 비리'가 회사의 인사경영권까지 침해할 정도로 막강해진 대기업 노조의 월권 행위 등에서 비롯된 당연한 귀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기업 노조가 직원의 채용이나 전환배치 등 인사권에대해 깊숙히 개입하고 있으나 통제수단이 없는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의 채용비리는 일찌감치 예고됐던 일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공식 사과를 하면서도 채용비리의 근본원인을 회사의 노무관리 등으로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라며 "강력한 자정의지를 보여주지않으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 투명성 제고.노무관리 선진화 시급= 노동계와 경영계의 엇갈린 시각에대해 노사문제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의 문제점을 싸잡아 지적했다. 노조는 회계 투명성 제고, 외부 감사 강화 등과 함께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하고기업도 낡은 노무관리 관행에서 벗어나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에 주력할 것을 주문한것이다. 최영기 노동연구원 원장은 "노조가 직원 채용시 추천권을 행사한 것은 무리"라며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 하고 막대한 권한에 비해 외부 견제시스템이 없는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외부 회계 감사가 곤란할 경우는 상급단체에 의해서라도 정기적인감사와 함께 징계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위 노조에 집중된 권한도 지역이나 업종노조로 분산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섭 상지대 교수는 "투명하지 못한 대기업 노조도 문제지만 노조의 요구에손쉽게 대응하기 위한 금품 지원 등 잘못된 관행이 여전히 건전한 노동운동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한 "노동계에서도 자체 정화 노력과 함께노조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고 자체 감사나 상급단체의 민주적인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