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줄만 알았던 아들한테서 전화를 받고믿을 수가 없었어요" 지난 20일 북한 해역에서 침몰한 화물선 파이오니아나야호의 선원 박기웅(19)군의 아버지 박영환(53)씨는 사고 초기 아들이 화물선 침몰과 함께 실종됐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박씨는 아들이 차디찬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을 생각을 하니 집에 무작정 앉아만있을 순 없었다. 박씨 부부는 화물선 선원 송출회사가 마련한 부산의 사고대책본부에 가 정황을알아보기 위해 서둘러 인천 자택을 나섰다. '살아 있겠지'라는 희망 속에서도 망망대해에서 몇 시간 째 발견되지 않고 있는점 때문에 생기는 불길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부산으로 내려가던중 믿기지 않는전화 한 통이 휴대폰으로 걸려 왔다. "아버지. 저 기웅이예요. 배가 갑자기 기울기 시작하면서 침몰했는데 옆에 있는물건을 잡고 버티다 구조됐어요." 실종된 줄만 알았던 아들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화물선 침몰 직후 구조된 4명 중 박군의 이름이 러시아측의착오로 다른 선원과 바뀌었던 것. 박군은 지난 21일 러시아 나홋카 항 인근의 병원에 도착한 후 또다시 전화를 걸어와 '갈비뼈를 좀 다치긴 했지만 건강하다'고 알려왔다. 박씨 부부는 "실종된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무사히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실종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다른 실종자들도 하루 빨리 발견되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박군은 인천 해사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지난해 11월 외항선에 승선했다. (인천=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