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에 적극 협조한 마약사범에 대해 일종의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가 적용된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검찰이 범행을 자백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면 처벌을 감면해주는 플리바게닝 도입을 목표로 최근 외부 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재판관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21일 마약 매매를 알선하고 마약을 투여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구속기소된 박모(35)씨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형량 선고는 검사의 구형량인 징역 1년은 물론, 피고인측 변호인이 주문한 징역 8개월보다도 훨씬 가벼운 처벌로 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2001년 동종 범죄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은 뒤 누범 (累犯) 기간에 범죄를 저질렀지만 범행을 자백하고 수사기간 10개월간 소환에 빠짐없이 응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수사협조로 공범 6명을 검거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형량에 대한) 여러 주장에도 벌금형이 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플리바게닝은 엄격한 의미에서 검찰에서 시행하는 제도이지만 최종선고는 법원에서 하는 만큼 이 제도의 취지를 살려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최대한 감안해 선처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노원구 월계동 등지에서 마약류인 메스암페타민(히로뽕) 매매를 알선하고 투약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