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전남지사가 21일 장고(長考) 끝에 정무부지사 내정에 대해 '취소'라는 마지막 카드를 썼다. 지난 6일 이홍제(58.李洪濟) 순천시의원을 내정한 뒤 정확히 보름 만에 내린 결단으로 정무부지사 내정 파문은 외견상 일단락 됐다. 박 지사는 이날 정인화 전남도공보관을 통해 간단한 성명을 내고 취소 배경을밝혔다. 그는 "정무부지사 내정과 관련돼 야기된 논란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도의원과 관련된 전화 협박사건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고 밝힌 후 "조만간 후임 정무부지사를 내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순천시의원은 오현섭 전 정무부지사에 이어 제7대 정무부지사로 내정된 순간부터 안팎으로 자질론 시비 등 거센 외풍(外風)을 받아왔다. 특히 3-4명이 강력한 정무부지사 후보 물망에 올랐던 도의회로부터는 격(格)에맞지 않는다거나 순천시의회 의장 당시 전남지사 집무실 난동 등 자질론까지 거론되는 등 반발의 강도가 거셌다. 내정을 앞두고 의장단을 비롯하여 도의회 상임위원장들이 박 지사 집무실을 찾아가 거세게 내정 취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지사는 무 대응으로 일관하며 내정을 강행했다. 이 대목에서 고위 정치권의 외압에 의한 '임명 불가피론'이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내정 파문은 박 지사의 적극적인 설득과 민주당 내에서 자중론 등이 제기되면서 잠시 봉합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도의회 행자 위원장에게 협박전화가온 것을 계기로 재점화되면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됐다. 지난 12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박인환 행자 위원장이 5분 발언을 통해 강도 높게 내정 철회를 주장했으며 이 발언 뒤 외부로부터 협박전화가 걸려오면서 도의회안팎의 여론이 철회쪽으로 급변했다. 더욱이 20일 경찰의 수사결과 정무부지사로 내정된 이 순천시의원이 협박전화를한 당사자와 함께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박 지사는 내정 취소 결심을굳혔다고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정무부지사 인선 파문은 내정자는 물론 박 지사 등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보선 이후 7개여월만에 정무부지사 인선 파동으로 정치적 리더십에 큰 손처를받은데다 취약한 정치적 기반, 외풍에 흔들리는 모습 등을 확인시켰으며 후유증 또한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씨가 내정 취소에 강력 반발, '폭탄선언'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반발 강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감투에 연연할 성격이 아니다. 하지만해명할 기회 한번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정을 취소한 것은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24일쯤 폭탄선언을 하겠다"고 반발했다 처음부터 정무부지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인선을 강행한 박지사도 '뭔가 말 못할 사연'에 대한 시원한 해명을 하고 넘어가야 할 입장으로 어려움이 크다. 또 후임자에 대한 인선작업에서도 적지 않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5 보선에서 역할론 등을 들며 '제 몫 챙기기'에 나선 정치권과 조율,이 내정자 인선과정에서 배제된 비주류에 대한 배려 등 고민할 대목이 한 두 가지가아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논공행상이나 정치권의 눈치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0만 도민을 위해 분골쇄신할 수 있는 일꾼만을 뽑아야 한다는 도지사의 의지만이 이 난관을 헤쳐 나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광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nice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