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손과 두 다리가 마비된 1급 장애인이 하루에한명꼴로 실업자에게 새 직장을 알선해주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전주종합고용안정센터에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과 장애인.노무직.병역특례 취업지원 전임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상인(40.전주시 인후동)씨. 한씨는 전북대 화학공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 1991년 여름 친구들과 함께물놀이를 가 수심이 얕은 곳에서 다이빙을 하는 바람에 사지(四肢)마비 장애를 얻게됐다. 사고를 당한 뒤 2년간의 치료와 재활을 거쳐 중.고생 과외교습과 장애인 자원봉사를 해오던 그는 IMF로 실업자가 크게 늘어난 99년 3월 노동부가 실업대책으로 내놓은 직업상담원 모집 당시 노동사무소에 발을 들여놨다. 이후 한씨는 취업알선 업무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타고난 부지런함과 취업 경향을 읽는 안목, 반짝이는 아이디어 등을 이용해 매년 구직자 300∼400명에게 직장을 알선해준 덕에 도내 실직자들은 하루 한명꼴로 새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3월 청년층 맞춤형 채용박람회에서 58명을 현장 채용했으며 청소년 직장프로그램 취업지원제에서는 184명에게 일자리를 알선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동부장관이 수여하는 `2004년 올해의 서비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업상담 업무는 상담뿐만 아니라 구직자 정보를 노동부 고용정보시스템인 `워크넷'에 직접 입력해야 했기 때문에 두 손을 쓸 수 없었던 한씨에게는 상당히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한씨는 두손의 손가락 사이에 끼운 플라스틱 막대 2개를 이용해 자판을 두드리는 일명 `독수리 타법'을 꾸준히 연습, 현재는 구직자의 얼굴을 쳐다보면서도 글자를 입력할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씨는 특히 워크넷 사용 과정의 불편한 점을 노동부에 건의, 많은 점을 개선했으며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 통계시스템을 엑셀 프로그램으로 직접 개발해 전국 노동사무소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는 이밖에도 취업 전 활동했던 장애인 봉사단체에서 수년간 활동을 해오다 최근에는 몸이 불편해 매달 후원금을 내는 것으로 대신하는 등 자신과 비슷한 고통과불편을 겪고 있는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사랑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도내 장애인 가운데 한씨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며 지난 2000년 4월 결혼한 아내 강영신(33)씨도 이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만나게 됐다. 한씨는 "몸은 불편하지만 내 적성에 맞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맡은 임무를성실히 수행할 수 있어서 항상 행복하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