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차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태릉선수촌이 아닌 밖에서 훈련하지만 열심히 해서 내년 1월 2004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메달을 꼭 딸 겁니다." 코치진의 구타 파문으로 대표팀이 일시 해체되면서 소속팀 전재수 코치 지도로 훈련중인 한국 여자쇼트트랙의 `기대주' 여수연(20.중앙대)은 12일 시련을 딛고 일어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결정에 따라 11일 선수촌에서 퇴촌한 여수연은 이날 오전태릉선수촌 내 실내빙상장을 찾아 다른 선수들과 함께 얼음을 지쳤다. 코치진의 훈련 방식에 항의해 지난 3일 선수촌을 벗어나는 집단 이탈사건에 참가한 뒤 계속됐던 마음고생을 날려버리며 마음껏 빙판을 질주한다는 사실이 여수연의 마음을 기쁘게 했다. 어머니 이수옥(47)씨도 혼자 큰 짐을 감당했었던 딸의 모습에 안쓰러워 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이수옥씨는 "수연이가 마음 고생이 많았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해줘 고마울 따름이다. 일이 생각보다 확대되면서 쇼트트랙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빠른시일 안에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여수연은 지난 4월 대표 선발전 때 종합 5위로 입상, 늦깎이로 태극마크를 달아 남자 대표팀에서 활동해온 여준형(22.한체대)과 함께 사상 첫 `오누이' 국가대표로 화제를 모았던 선수. 초등학교 3학년 때 오빠와 함께 스케이트를 처음 신었으나 대표로 뽑히지 않아 공부에 전념하려고 중앙대에 진학했던 여수연은 뒤늦게 얻은 태극마크라서 기쁨이 컸지만 집단 이탈과 구타 파문으로 대표팀이 해체돼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여수연은 희망만은 버리지 않고 화려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여수연은 "코치 선생님들도 열심히 하려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지만 솔직히 지금이 더욱 마음 편해요. 문화적인 생활도 할 수 있고 나 자신의 특성에 맞는훈련도 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선생님이 대표팀에 오실 지 모르지만 개인적 취향을 꺾지 않고 개성을 살려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밖에 나왔어도 선수촌 때보다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더욱 열심히 훈련한다.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라며 신세대다운 당찬 모습을 보였다. 여수연은 오빠 여준형과 함께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때 동반 메달을 따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기에 나태해지기 쉬운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