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만취해 후송된 환자를 정밀검사도 하지 않고 퇴원시켰다가 환자가 뒤늦게 사망했다고 해도 병원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김만오 부장판사)는 27일 뇌출혈 등으로 숨진 이모씨의 유족들이 "만취한 환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씨는 지난 2002년 만취해 집앞에 쓰러져 있다 가족들에게 발견돼 A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병원 측은 이씨의 의식이 혼미해 제대로 된 진찰이 불가능한 데다 혈압과 체온 등에 이상이 없자 과음에 따른 증상으로 판단,기본적인 조치만 취했다. 같은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이씨의 딸도 외상이 발견되지 않고 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 이씨를 퇴원시켰다. 그러나 이씨는 밤새 호흡이 거칠어지고 눈 부위에 멍이 발견돼 A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이씨에게선 뇌출혈 등의 증상이 발견됐고,인근의 B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나흘 뒤 숨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만취한 환자는 의식상실 구토 등의 증상만으로 머리를 다쳤는지 식별하기 어렵고 당시 이씨는 문진(問診)이 불가능했다"며 "의사에게 CT 검사나 신경학적 검사를 하지 않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