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연쇄살인범' 유영철(34)씨에 대한 재판에 유씨와 절친한 중학교 동창이 나와 유씨의 중고교 시절과 소질이 있던 미술 공부가 좌절된 배경 등을 진술했다. 유씨 친구 노모(34.벤처기업 사장)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황찬현부장판사)심리 6차 공판에서 변호인측 증인으로 나와 "중학교 2학년 때 영철이를 포함해 친구들 4명이 `사철나무'라는 그룹을 만들어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대학 가면 대학가요제에 나가자'고 약속하고 흘러간 대학가요제 노래들을 불렀다"고 말했다. 노씨는 "영철이는 노래를 잘해서 교회 성가대에서도 활동했고 3천명 앞에서 노래를 부른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노씨는 "영철이는 100m를 12초에 뛸만큼 운동을 잘했고 그림도 잘 그렸지만 고교에 진학하던 80년대 중반에는 운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무시험으로갈 수 있는 체고 대신 예고에 지원했다가 색맹이라 낙방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결국 영철이는 정식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미술학교에 진학했지만 한선생님이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다 학교도 안가고 교회성가대에도 발길을 끊게 됐다"고 말했다. 노씨는 "친구들 4명이 99년에 만난 뒤 연락을 못하고 지내다 이 사건이 터진 뒤모자에 마스크를 쓴 영철이 사진의 왼쪽 눈을 보고 한눈에 알아봤다. 가슴이 철렁했다"며 "친구들이 서로 연락을 끊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아쉬웠다"고 말했다. 노씨는 "얼마전 영철이에게 면회갔을 때 `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 그냥 너와 나의 친구관계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내 친구들은 모두 착한 사람들이며 내 인격형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정신감정도 필요없다"며 "왜 내 이름 앞에 `연쇄살인범'이라는 말이 붙어야 하느냐.나는 돈을 목적으로 살인하지도 않았으며 내 살인은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검찰에도 "검찰에서 압수해간 내 그림과 사진들은 돌려달라. 검찰이 내추억까지 압수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1월 29일 오후 2시 공판을 계속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