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베이징 소재 외국 시설을 겨냥한 탈북행렬이 늘고 있는 것은 북한인권법 시행에 발맞춰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누증돼 온 탈북자들이 탈출구를 찾아 베이징으로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최근 북ㆍ중 국경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식량난이나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한 `생계형' 탈북은 크게 감소, 북한을 빠져나오는 대량탈북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탈북자들이 베이징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중국에서 동남아국가로 가는 탈북 루트가 막힌 상황에서 유일한 출구였던 몽골 국경마저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월경이 어려워진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총장은 "지난 7월말 탈북자 468명의 집단 입국의 후폭풍으로 중국에서 동남아로 가는 루트가 완전히 막혀 재중 탈북자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송부근 탈북난민구호운동본부(CNKR) 목사도 "그나마 한국으로 가는 유일한 루트였던 몽골 역시 최근 국경 수비가 대폭 강화되고 있어 탈북자들이 외국 시설로 몰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탈북자 출신 브로커 K씨는 "날씨가 추워질 경우 노인, 어린이, 여자 등 노약자들은 눈 쌓인 몽골 국경을 넘을 수가 없기 때문에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비용이 적게 들고 진입이 쉬운 외국 공관이나 학교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몽골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광활한 사막을 통과해야 하는데 노약자들은 밤 추위와 싸우면서 노숙을 할 수 있는 체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 외국 시설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밖에 중국 법원이 지난 7월 탈북자들을 돕다 체포됐던 오영필ㆍ김희태씨 등에 대해 "외국 공관 진입을 돕는 행위는 밀출국 알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도 다른 탈북지원 활동가들을 고무시킨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중국 및 국내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 브로커들의 활동도 부쩍 활발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25일 국내의 탈북지원활동가 등에 따르면 탈북자 출신 브로커 등이 동북 3성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활발하게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진입한 탈북자 20명 중 일부를 자신이 모집했다고 주장한 탈북자 K씨는 "현재 북한 인민군 탈영병 출신을 포함, 탈북자 6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해외에 있는 동포 단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이들 탈북자의 한국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탈북자 29명을 베이징 한국국제학교에 진입시키는 데 관여한 L씨는 "탈북자 출신 브로커 1명이 중국에서 한국행을 희망하는 탈북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L씨는 "이번에 학교에 들어간 탈북자 가운데 70%는 중국에서 장기 체류한 사람들이며 30% 정도는 남한에 미리 들어와 있는 가족들이 브로커에게 의뢰해 합류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탈북자 J씨는 "최근 탈북 브로커들이 공짜로 한국으로 보내주겠다는 당근을 내세워 탈북자를 대규모로 모집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앞으로도 중국에서 외국시설 진입 등을 통한 제3국행 시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