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이 넘은 할머니가 남편의 동거녀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2부(유원규 부장판사)는 24일 A씨(97·여)가 자신의 남편 C씨(89)와 20년 넘게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온 B씨(63)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는 A씨 남편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실혼 관계를 장기간에 걸쳐 유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로인해 원고의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고,장기간 정신적 고통을 끼친 만큼 금전으로나마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두 사람의 동거 이후 20여년이 경과한 뒤 비로소 이혼 소송과 함께 피고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서 그 동안 두 사람의 사실혼 관계를 용인하거나 위자료 청구권을 포기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일제 강점기에 남편과 결혼한 뒤 여러명의 자녀를 둔 A씨는 남편이 뒤늦게 B씨와 동거하는 바람에 사실상 별거하게 되자 재작년 이혼 소송과 함께 B씨를 상대로 5억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B씨를 상대로 낸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