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은 완벽한 학교죠. 공부하고 싶고 가르치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으니까요"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심지' 야간학교 2년차 교사인 충북지방경찰청 감찰계 김상민(28) 경위. 경찰대 15기로 지난 99년 경찰에 입문한 김 경위는 청주 서부경찰서 형사반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가을 '책상이라도 고칠 수 있겠지'란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 심지 야학의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이게 봉사다' 싶어서 스스로 대견하게 여겼던 게 사실이에요.그런데 이젠 좋아서 하는 '취미생활'입니다" 경찰에서 감찰 업무를 맡고 있다보니 피곤할 때도 많지만 원거리 출장 등 어쩔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근무를 바꿔서라도 야학 수업을 빼먹지 않을 만큼 열의가대단하다. 심지 야학의 학생들은 주로 주부와 할머니들. 영어.한문 등을 가르치다 보면 어머니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배움에 대한 열의에고개가 수그러지기도 한다. 김 경위는 "작년 밸런타인 데이가 정월 대보름 하루 전이었어요.그날 수업하러갔더니 어머니 연배의 학생 한 분이 보온 도시락에다 오곡밥을 싸다 주시는데 여자친구한테 초콜릿 받은 것보다 기분이 훨씬 좋았죠"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또 "지난 봄에 73세인 김영화 '학생'이 충북 최고령자로 고교 검정고시에당당히 합격했어요.저 연세에도 저렇게 목표를 이루시는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했다"고 숙연한 표정이 됐다. 야학을 해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김 경위는 "야학이야말로 공부하고 싶고 가르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의욕적인 학교"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경위의 개인 블로그(blog.naver.com/coupcop)를 보면 야학 학생.선생님들과어울리며 찍은 사진들이 가득해 야학에 대한 그의 애정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께는 야학교사를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는 김 경위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분들, 저희 심지 야간학교에 오시면 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청주=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