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국내 주관사 직원의 성적증명서 위조사건으로 공신력에 먹칠을 했던 미국 교육평가원(ETS) 시행 영어능력평가시험 토익(TOEIC)이 이번엔 문제지 사전 유출로 공신력을 완전히 잃을 지경에 처했다. 더욱이 서울 강남의 토익 어학원 원장이 사전 유출된 문제지로 소위 `쪽집게'강사로 이름을 날려온 사실까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이 지난달 16일 토익 성적증명서 원본 용지를 빼돌려 위조한 뒤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국내 토익주관업체인 K재단 전 사무직 직원 강모(28)씨를 구속할 때만해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건'으로 치부됐었다. 그러나 경찰이 강씨의 은행통장계좌에서 뭉칫돈이 입금된 사실을 추궁한 끝에 강씨로부터 `토익시험지 판매대가'란 사실을 자백받고, 강씨와 토익시험지를 거래한 서울 강남의 모 어학원 원장 남모(37)씨를 장물취득혐의로 구속함으로써 토익의 공신력이 여지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이번 사건은 토익에 매달려온 수십만명의 대학생과 취업생, 직장인 등 토익 수험생들을 허탈과 충격속으로 내몰고 있을 뿐만아니라 토익을 비롯한 각종 공인자격시험에 대한 연쇄 불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도대체 시험지를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했기에 시험지가 사전유출될 수 있었을까. 강씨는 시험지 인쇄.제본소 현장 감독업무를 맡아 K재단 본부 건물 지하의 폐기창고에서부터 시험지 제본소, 폐기장 등지에서 시험지를 손쉽게 빼돌렸다고 진술했다. 어처구니 없게도 고양이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강씨가 빼돌린 토익 시험지는 이미 치러진 것이든, 앞으로 치를 것이든 시험문제지를 구하려는 많은 수요때문에 모두 돈이 됐으며 이 때문에 강씨의 범죄는 지난2002년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수개월간 수차례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결과 시험이 치러진 기출문제지는 장당 20만∼50만원, 시험전인 사전문제지는 장당 300만∼500만원씩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충격파를 더해 준것은 서울 강남의 어학원 원장이 사전유출된 문제로 토익학원업계에서 유명세와 함께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는 사실이다. 강씨로부터 문제지를 넘겨받은 어학원 원장 남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토익학원 뿐만아니라 여러 학원에 출강하면서 회별 시험당 10문제씩을 소위 `찍기 강의'하면서 순식간에 유명강사 반열에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유명세는 남씨에게 월 3천만원 이상의 부까지 안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남씨와 남씨가 운영하는 어학원 뿐만아니라 다른 토익관련 학원에도 사전유출문제지가 유통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명강사에서 하루 아침에 가짜 쪽집게 강사로 추락한 남씨는 경찰에서 `일선토익강사들이 서열순위를 서로 의식하면서 경쟁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다른 강사들도 이같은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연합뉴스) 신정훈 기자 s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