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기간이 20여년이나 되는데다 한쪽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동거, 실질적인 중혼관계가 유지되는 등 가정이 극심한 파탄상태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A씨가 "남편과의 혼인생활은 더 이상 돌이킬수 없는 상태"라며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며 "다만 상대방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데도 오기나 보복의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로서의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저버린 원고의 잘못이 더 큰데도 원고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0년 B씨와 결혼해 2남1녀를 둔 A씨는 시부모와의 갈등 등으로 77년 집을나와서 혼자 생활하다 84년 다른 사람을 만나 아들을 낳고 동거를 해오다 B씨의 계속된 재결합 요구를 거부하며 소송을 내 1.2심에서는 이혼판결을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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