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보수 기업"인 삼양그룹이 "진취적 기업"으로 대변신을 꾀한다. 지난 1924년 설립돼 올해로 8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성장의 모멘텀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선 것.특히 지난 3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그룹의 실질적인 수장이 된 '젊은 CEO' 김윤 회장(51)이 변화의 선봉에 서 있어 그룹의 변화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윤 삼양사 회장은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이 회사 80주년 기념행사 후 기자와 만나 "삼양그룹은 보수적이고 안정 위주의 경영 전략을 구사해 성장이 정체돼 있었다"며 "앞으론 사고방식을 진취적으로 전환해 그룹의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삼양그룹의 새 CI는 'Life's Ingredients'를 컨셉트로 하고 있다. 이는 우리 생활에 필요한 요소를 의미하며, 생활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어 가겠다는 삼양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삼양의 CI는 9개의 점과 4개의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점들은 가장 기본적이며 이상적인 형태로서 생활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의미하며 4가지 색상은 서로간의 어울림을 통한 균형과 조화를 나타낸다. 그는 "오는 2010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매출액 5조원을 달성하고 자본수익률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삼양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2조1천억원,올해는 2조6천억원으로 예상된다. 삼양그룹이 성장을 위해 택한 첫 신규 사업은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사업.김 회장은 "그동안 삼양사가 생산해왔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디스플레이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주로 디스플레이용 필름이나 회로기판 등 부품·소재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인력들을 대거 확충하고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분야에 뛰어드는 중견그룹들이 너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최근 이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고 신제품의 개발 여지도 많은 만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10년까지 전자소재 사업의 매출 비중을 20%선까지 끌어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신사업 뿐만 아니라 식품 화학 의약 등 기존 사업 분야에서도 관련 다각화를 이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역량을 강화해 '전통과 첨단'을 그룹 성장의 두 축으로 삼겠다는 것.그는 특히 "화학 분야에서는 업스트림(기초원자재)부터 다운스트림(최종제품)까지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서두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식품부문은 종합식품재료 및 기능성 식품을 주축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양사는 최근 식용유 등을 생산하는 한국하인즈의 가공유지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양그룹은 이날 'Life's Ingredients'라는 컨셉트의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선포했다. 김 회장은 "새로운 CI는 생활에 필요한 요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활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기업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CI를 바꾸기는 20년 만에 처음"이라며 "젊은 분위기로 CI를 바꾼 것은 삼양그룹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이같은 의지가 경영에도 많이 반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최근 재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성장형 리더십에 대해 "크든 작든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역할은 매우 어렵고 중요한 것"이라며 "성장과 관리,양쪽을 겸비한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고 말했다. 삼양그룹은 수당 김연수 선생이 지난 1924년 국내 최초의 기업형 농장을 설립하면서 출발했다. 지주회사격인 삼양사를 주축으로 삼양제넥스 삼양중기 삼남석유화학 삼양화성 신한제분 삼양웰푸드 삼양데이타시스템 등 8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김윤 회장은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김상하 그룹회장(창업자의 5남)의 조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