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 교원.학부모단체가 고교등급제 공방에 휩싸인 가운데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 확정 시기도 당초 이달23일께에서 다음달로 늦춰질 전망이다.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한 고교등급제 논쟁이 일단락돼야 대입제도 개선안을 확정할 수 있는데다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주 해외 순방 계획이 잡혀 있어 청와대 보고 등이 늦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가급적 빨리 개선안을 확정, 11월초 일제히 실시되는 특목고 입학전형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고교등급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그 일정조차 불투명하다고 교육계는 보고 있다. ◆ `23일 발표' 물건너 가 = 당초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4차례 전국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추석연휴 등을 감안, 이달 23일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고교등급제 논쟁이 불거져 다른 사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도 못했으며 공청회도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항의 등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교육부는 전교조 등에 의해 수시1학기 모집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의혹이 제기된 6개 사립대에 대해 20~22일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결정함에 따라 `23일 확정' 계획은 일단 어렵게 된 것. 또 같은 기간 노무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순방할 예정이어서 청와대와의 최종 조율도 늦춰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조사결과 나와도 공방 계속될듯 = 교육부가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해도 고교등급제 공방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대학이 입학전형에 고교등급제를 실시하거나 학교간 격차를 반영한 것으로결론이 나든 그렇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나든 반대쪽에서 이를 쉽게 수긍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하는데도 사실조사만 벌이겠다는것은 사안의 경중에 비쳐 여론을 무마하려는 `면피성'일 뿐"이라며 "`소 잡는데 닭잡는 칼을 쓰는 격'"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역.고교간 차별을 뒀다는 실증적 자료를 갖고 있고 사례가 추가로 접수되고 있어 `고교등급제를 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려도 여론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변인은 "고교간 차별을 뒀다는 것이 드러나면 학부모.교직단체 추천인사가참가하는 방식의 본격 조사를 요구하고 1학기 수시모집 무효화 투쟁, 집단소송 등도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직단체-대학 갈등 본격화 =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학의 입학처장도 실태조사를 앞둔 19일 긴급회동을 갖고 "고교등급제는 구상한 적도 없고 시행하고 있지도 않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교육부가 정한 테두리에서 대학 학생선발 자율권은 보장돼야 하고 대학의 교권을 침해하려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근거가 빈약한 감성적주장이나 저의가 의심스러운 선동에 의해 교육이 좌우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조사 결과가 대학들과 사회의 일부 단체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가를 밝혀줄것으로 확신하며 옳지 않은 쪽은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혹 제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각 대학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교육부 관계자는 "한 점 의혹 없이 사실관계를 조사, 더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이없도록 한다는 것이 원칙이며 그 후 일은 그 후에 검토하겠다"고만 밝혔다. ◆`2008학년도 시행'도 논란 = 교육부의 대입제도 개선안 시안이 발표된 직후에는 `수능시험 폐지나 5등급제', `수능등급 15등급 세분화', `교사별 학생평가 및 학생.학부모의 교사평가제 시행', `내신.논술.면접 과외 대책 필요', `국.공립대 통합전형' 등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으나 고교등급제 공방에 밀려 모두 잠수한 상태. 60여개 사회.시민.학부모.교원단체로 구성된 `고교등급제.본고사부활 저지와 올바른 대입제도 수립을 위한 긴급대책위'는 "입시안 발표 일정을 중단하고 범국민적논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원재 대변인은 "대학 서열화 등에 대한 대책이 없는 현재의 입시안은 너무 위험하다"며 "2008학년도에 시행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2009학년도부터 시행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2009학년도부터 시행하자는 것은 `내신성적 부풀리기'를 1년 더하자는 것"이라며 "`내신 위주 전형'이라는 대의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는 만큼 가급적 빨리 확정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중3생, "특목고 가야 하나" 혼선 = 특목고 입학전형은 11월초 실시된다. 서울의 경우 과학고.외국어고.예술고.실업고.특성화고 등이 11월1일부터 원서접수에 들어가 곧이어 면접.실기 등의 전형을 실시할 예정이고 다른 시.도도 비슷하게일정을 잡고 있다. 중3생은 새 대입제도에 맞춰 특목고 선택 여부를 내달중 결정해야 하는 셈. 교육부는 대입개선안 시안에서 특목고에 대해 설치학과 이외의 별도과정 개설을금지하는 동시에 동일계 특별전형을 도입하기로 했었고 특목고생이 내신 위주 전형에서 불리할 수 있는 만큼 개선안 확정이 늦어질 경우 특목고 진학 지망생들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고교등급제 공방 등으로 10월중 새 대입제도를 확정하지 못하면 `3년전예고' 원칙에 따른 참여정부 대입개선안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