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장애인 미성년자에 대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면서 법리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윤재윤 부장판사)는 15일 정신지체 1급 장애인 여성A(98년 당시 17세)씨를 성폭행한 혐의(장애인 준강간)로 기소된 B(61)씨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앞서 울산지법 형사1부도 올해 4월 정신지체 2급인 C(14)양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D(51)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 시민단체가 법 개정운동을 벌이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사건도 부산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장애인 미성년자에 대한 이 두 사건의 무죄선고는 재판부가 피해자의 당시 상황이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2000년 5월 형법 302조에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에 대한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이나 추행에 대한 처벌규정을 따로 두고 있기 때문에 성폭력에 관한법률 8조에서 규정하는 신체장애 또는 정신장애로 인한 `항거불능'의 상태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A씨가 정신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7-8세 정도의 지능이 있었고 신체를조절할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B씨가 마을회관에서 뺨을 때려 겁을 주며 옷을 벗으라고 한 것만으로 당시 상황이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즉 `항거불능'의 상태라는 것은 지능이 현저하게 떨어져 사리판단을 아주 못하거나 과도한 음주 등으로 심신이 극도로 미약한 상태 등으로 한정한다는 것. 이에 대해 시민단체측은 강간 및 성폭력범죄의 구성요건인 `항거불능'의 규정이모호하다며 이를 완화시켜 구체화하거나 아예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건의 경우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자에 대한 간음죄대신 친고죄에 해당하는 위력에 의한 간음죄를 적용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있다. 이 두 사건의 경우도 친고죄 적용을 위해서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지만당사자가 고소를 하지 않거나 가해자와 합의를 했기 때문에 법리해석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재판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 장애인의 성폭행 사건에 대한 처벌과 여성보호라는 입법 취지를살리기 위해서는 감성적인 접근보다 수사단계에서부터 법적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swi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