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물급 노동운동가들이 현재의 노동운동에 대해 잇따라 신랄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른바 '귀족노조'로 불리는 대기업 노조와 정규직 위주의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등 더 열악한 환경에 있는 근로자들을 끌어안지 않는다면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승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계간 '당대비평'가을호에 실은 '한국 노동운동,종말인가 재생인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노동운동은 '왕자병환자'로 치부되면서 어떤 옹호세력도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갇혀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자 10명 중 1명만 노조에 가입해 있고 나머지 9명은 대부분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아래 놓여 있다"며 "노동시장의 50%를 넘어서는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하고 노동운동의 어떠한 결실이나 혜택에서도 배제돼 있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 중심으로 기득권화하는 현재의 노조구조와 의식을 깨지 않는 산별 전환은 결국 기업별 노조의 변형에 지나지 않게 될 위험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노동운동은 폭력행동도 그만둬야 하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춘계,하계투쟁의 파업에 대해서도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따라 "이제 노동운동은 비정규직 등 주변부 노동자를 조직하는 풀뿌리 노동운동으로 재출발해야 하며,비폭력적 운동방식 등 생태적 대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혜자 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도 월간 '노동사회' 9월호에서 "노동계가 비정규직 차별,일자리 창출같은 실제 노동시장의 이슈보다 공무원 노동 3권,직권중재,손해배상청구소송 및 가압류 같은 노사관계 이슈에 주력할 경우 집단이기주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