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일아 여기가 니 고향 부산이다. 제발눈 좀 떠봐라" "아버지가 죽거든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제이" 고 김선일씨의 시신이 담긴 관이 빈소가 있는 부산의료원에 도착하는 순간 부모와 형제자매 등 유족들은 그토록 살아돌아오기만을 빌고 또 빌었던 아들과 동생.오빠의 싸늘한 주검앞에서 다시 한번 오열을 터뜨렸다. 부산의료원 장례식장 앞에서 운구행렬을 기다리던 아버지 김종규(69)씨와 어머니 신영자(59)씨는 대형 태극기가 덮인 아들의 관이 운구차량에서 내려져 안치실로 향하는 동안 보도진에 밀려 관앞에 다가가지도 못한 채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아버지 김씨는 "선일아, 얼마나 고생을 했겠노. 20여일간이나 도저히 상상도 할수 없는 그런 감옥에서... 결국 죽은 몸으로 아버지 품으로 돌아왔구나. 아버지는아무 말도 할 수 없데이"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눈물만 줄줄 흘렸다. 김씨는 "선일아 내가 죽거든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제이. 환하게 웃던 너의 모습이 제일 보고 싶구나 이놈아. 할말이 없데이"라며 울먹였다. 어머니 신영자(59)씨도 "선일아 무서운 땅에서 돌아오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엄마가 무슨 할 말이 있겠니 이미 너는 가고 없는데... 조금만 기다려라 엄마도 곧 네 곁으로 가겠다"며 통곡했다. 신씨는 "이제서야 네 손을 잡은들 무엇하겠느냐. 꼭 천당에 가서 이승에서 못한것을 다 이뤄라"며 "열심히 하나님께 기도올리겠다.맹세한다"고 말하면서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신씨는 통곡을 거듭하다 결국 실신해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인천공항에서 선일씨의 시신을 맞이한 뒤 운구행렬을 따라온 여동생 정숙(32)씨와 큰 누나 향림(41)씨는 관을 부여잡고 "선일아 여기가 부산이다. 니가 살았던 부산이다. 눈 좀 떠 봐라"며 통곡했다. 누나 옥경(35)씨도 다른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선일씨의 관을 따라 안치실로 향하는 동안 `선일아'를 외치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다. 부산의료원 앞에서 선일씨를 기다리던 4천여명의 시민들도 운구행렬이 도착하자돌아서 눈물을 흘리거나 비통에 젖어 발을 동동 굴렀다. 시민 박재호(46)씨는 "시신을 위로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며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해에서 운구행렬을 맞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50대 후반의 여성은 "내 자식이 죽은 것 보다 더 애통해 가까이서 위로의 말을 전하려 왔다"며 흐느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민영규 기자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