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남 창원에 자리잡은 창원2공장의 에어컨 생산라인.


4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한 '휘센'이 생산되는 현장이다.


줄지어 늘어선 1백m 길이의 컨베이어 벨트마다 50여명이 달라붙어 분주하게 부품을 다루고 있다.


에어컨 1개를 만들어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초.


1개 라인에서 매일 2천8백대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만 매년 5백50만대가 생산돼 전세계로 팔려나간다.


LG전자 창원2공장 에어컨 생산라인은 '작업장 혁신'이 상생의 노사관계를 만드는 초석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창원2공장에 에어컨 공장이 처음 들어선 1988년과 비교해 보자.


당시 라인 길이는 3백50m였고, 라인마다 1백50여명이 투입돼야 했다.


지금보다 3배나 많은 인원이 필요했지만 생산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았다.


에어컨 1대를 만드는데 32초나 걸렸고, 1개 라인에서 하루에 8백50대를 생산해내는데 그쳤다.


LG전자의 작업장 혁신 계획은 1989년 노사분규를 끝낸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LG전자는 최악의 파업사태로 6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고, 경쟁업체에 1등 자리를 내주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작업장 혁신은 근로자들을 일으켜 세우는데서 출발했다.


'앉아서 하는 작업'을 '서서 하는 작업'으로 바꾸면서 생산량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92년에는 'U'자 형태의 라인을 직선화시켰고, 96년에는 20∼30%에 불과했던 가공라인의 자동화율을 70% 수준으로 높였다.


2001년 이후에는 '생산라인 길이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목표 아래 공정 단순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혁신활동을 벌인지 10여년만에 1인당 생산성은 1990년 7천9백만원에서 작년 7억5천만원으로 10배 가량 높아졌다.


물론 혁신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작업장 혁신→생산성 향상→제품 경쟁력 향상→수주물량 증가→생산라인 증설→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점차 수그러들었다.


LG전자는 또 근로자들이 혁신에 동참하는 대가로 경상이익의 3분의 1을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내놓았고, 생산라인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마련된 빈 공간을 휴게소로 바꿔줬다.


김태현 창원2공장 노조지부장은 "처음엔 '혁신하면 결국 일자리만 빼앗긴다'는 생각에 근로자들이 혁신사례를 교육하러 온 강사를 내쫓기도 했다"며 "하지만 성공 체험이 거듭되면서'혁신하면 오히려 고용도 안정되고 보수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근로자들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병문 창원1공장 인사노경그룹장은 "80년대만 해도 LG전자는 창원공단에서 봉급이 가장 적은 축에 끼었지만 지금은 톱 클래스가 됐다"며 "혁신을 게을리했다면 지금의 LG전자는 없었을 것이며, 근로자들 역시 가벼운 월급봉투를 받고 신세한탄이나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지업계의 맏형격인 한솔제지도 작업장 혁신을 통해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거둔 대표적인 기업이다.


한솔제지는 근로자 개개인이 생산현장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해 즉시 개선하는 활동인 '자주관리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난 2002년부터 '도요타 생산방식'을 배우기 위해 매년 수백명의 현장 근로자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혁신활동으로 거둔 수익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되돌려줘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용 필름 등을 제작하는 도레이새한 역시 작업장 혁신에서 기업 경쟁력을 찾는 기업 중 하나다.


지난 74년 '무결점 운동'에서 시작된 작업장 혁신 활동은 이름을 바꿔가며 계속되고 있다.


현재는 6시그마 활동을 통해 품질 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도레이새한은 이같은 작업장 혁신을 발판삼아 지난해 일본 도레이사가 투자한 93개 국외기업중 가장 뛰어난 성적인 매출 5천3백96억원과 세전이익 4백95억원을 올렸다.


창원=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