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150억원 수수 및 불법 대북송금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12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주흥 부장판사)는 11일 대북송금 과정의 직권남용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전 장관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박씨의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12년에 추징금 148억5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금호 3천만원 수수 부분에 대해서도 "금호박 회장에게 비자금을 전달했다는 금호 관계자의 진술이 박 전 장관의 자백에 대한보강 증거로 인정된다"고 판단,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정권 실세로서 적자에 시달리면서 유람선 카지노 사업에 매달리는 현대에 150억원을 요구, CD를 전달받고 이를 세탁하는 등 가장큰 폐해인 정경 유착를 통해 국민경제와 현대 부실화를 초래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나름대로 소명의식을 갖고 정상회담을 추진해 비록 실정법 위반은 인정되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를 통한 남북교류 확대 공로는 인정된다"며 "한쪽눈이 실명한 데다 다른 눈마저 녹내장을 앓고 있어 1심 병합 사건의 양형을 파기하고 12년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영완, 이익치, 정몽헌 진술서 중 주요 부분은 모두 일치하고 있고돈을 전달했다는 주장의 내용이 일관된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한 뒤 "해상 카지노는여러 부처와 협력이 필요하지만 주무 부서는 문화관광부로서 그 무렵에 금품 수수가이뤄진 점은 직무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외환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헌법에 한반도 영토조항이 있지만 남북특수관계를 고려할 때 개발, 투자, 송금에 외국환관리법이 적용될 수 있다"며 변호인측의 무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짙은 감색 양복을 입고 법정에 선 박 전장관은 공판 중간 중간 혐의가 모두 인정될 때마다 고개를 떨구기도 했으며, 최종 선고 뒤에는 한동안 피고인석에서일어서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였다. 박 전 장관은 1심에서 현대 비자금 150억 수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2년에 추징금 147억5천만원을 선고 받았고, SK에서 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추가로 2년 6개월의 형을 선고 받았다. 변호인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 "진실을 밝히기 위해 상고할 예정"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