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다가 다른 여자와 결혼한 남성에게 동거녀의 정조권 침해를 인정,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01년 9월께 B씨로부터 `사랑한다. 결혼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성관계를 요구받았지만 교제 기간이 보름 남짓 밖에 안돼 확신이 들지 않아 거절했다. 그러자 B씨는 열흘쯤 뒤 `결혼하면 평생 남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써주고 성관계를 요구, 두 사람은 처음 잠자리를 함께했고 이후 1년 6개월동안 부부처럼 함께 살았다. 그러나 B씨는 동거 뒤 결혼에 대해 말을 꺼내지도 않은 데다 8개월쯤 지나자 귀가시간이 늦어지는 등 냉담한 모습을 보였고, 회사가 이사하자 독립해 나갔다. A씨는 이 무렵 B씨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B씨를 찾아가 자신과 결혼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B씨는 다른 여자와 결혼했고, A씨는 B씨를 혼인빙자간음으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김동현 판사는 "동거 기간에 결혼할 의사나 능력이 희박해졌는데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신뢰를 이용해 계속 성관계를 맺다가 약속을 깨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것은 정조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라며 "B씨는 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미혼의 독신 여성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