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4:49
수정2006.04.02 04:51
4일 오후 이준원(51) 파주시장이 반포대교에서 투신자살하자 관할서인 용산서는 사건경위 파악에 분주하면서도 "또 한강다리 투신이냐"며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용산서 관할지역의 한강다리는 철교와 잠수교를 포함해 모두 7개. 3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한남대교 투신을 시작으로 4월 박태영 전남지사의 반포대교 투신 등 3개월간 유명인사 3명이 용산서 관할 한강다리에서 한강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용산서는 유명인사가 투신자살을 할 때마다 `스폿 라이트'를 받았고 수십 차례에 달하는 수사 상황보고에다 취재를 하려고 몰려든 수십 명의 취재진과 번번이 씨름을 해야 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4월에는 용산역 부근의 윤락가 업주가 언론을 상대로 용산서 경찰관과 유착관계를 주장하는 바람에 감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용산서의 한 과장은 "윤락업주 폭로사건 이후 한 번도 직원들과 회식을 하거나저녁 약속을 잡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항상 대기 상태에 있다"며 "`푸닥거리'라도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때 잇단 강력사건 해결로 이름을 날렸던 용산서는 경찰관들의 기피 대상이 된지 오래다.
한풍현 용산서장은 "비슷한 투신사건이 연달아 답답할 따름"이라며 "다른 다리도 있는데 같은 다리에서 투신하는 것은 모방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박태영 전남지사의 투신자살 뒤 자살을 막기 위해 한강순찰대 인력을 강화한다며 인력과 장비를 보강한다고 발표했던 서울경찰청 역시 이날 이 시장과 운전사의투신으로 고개를 떨어뜨려야만 했다.
서울청은 당시 인력 6명을 보강한다고 했지만 아직 발령을 내지 않았고 잠수장비 등을 갖춘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예산 9천만원만 최근에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투신하는 유명인사들이 나이가 많은 편이고 이미 결심을 한 상태로 뛰어 내리기 때문에 투신 즉시 건져내지 않으면 숨질 확률이 높다"며 "한강다리 27개 곳곳에 경비 인력을 고정배치할 수도 없고 난감할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안희 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