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도 있고 성년의 날까지 있는데 왜 정작 가정의 핵심인 부부를 위한 날은 없을까?' 1995년 5월 5일 어린이날 모 방송에 나온 한 꼬마가 자기 소원은 "우리 엄마 아빠가 함께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 '부부의 날' 창시자 권재도 목사(40)는 이같은 고민에 빠졌다. 경남 창원에서 목회활동을 하던 권 목사는 곧장 달력을 보고 그 해 5월 셋째주 일요일인 21일을 'D-데이'로 잡았다. 이어 그곳에서 이벤트를 준비했다. 부부간 밋밋한 사랑고백을 보완해줄 '소품'으로 장미를 고안해낸 것이다. 이듬해 권 목사는 남편이 아내에게 줄 빨간 장미에는 '사랑과 정열'을, 아내가 남편에게 선물하는 핑크 빛 장미에는 '사랑과 존중'이라는 나름의 꽃말을 붙였다. 21일이라는 숫자에는 '둘(2)이서 하나(1)가 된다'는 의미까지 부여했다. 이후부터 권 목사의 '부부의 날' 운동은 확산되기 시작했다. 96년 손봉호 박사가 공동대표로 있던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에서도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지정했다. 99년 뜻을 같이한 사람들끼리 모여 '부부의 날 위원회'도 정식 발족했다. 권 목사는 위원회 사무총장이 됐고 권영상 변호사 강영을 목사, 그리고 하충식 한마음 병원장이 공동대표로 추대됐다. 작년 12월에는 부부의 날을 국가 공식기념일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이 국회에서 채택돼 현재 정부는 이에 대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전국 2천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부부위원회는 매달 21일 전후로 부부주말 캠프 등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올해 부부의 날 행사를 성황리에 마친 권 목사는 "앞으로는 더욱 다채로운 행사를 열어 지속적으로 부부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