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7일 미국이 주한미군 4천명을 이라크에 파견할 것을 제의해온 것과 관련,한.미 당국자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주중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김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이라크 사정이 악화되면서 미국이 주한미군 일부의 차출 필요성을 제기해 한·미 양국이 이를 검토 중"이라면서 "아직은 양국 관계부처에서 협의가 시작되는 단계이므로 차출 규모 등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소식통은 수주내에 동두천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 2사단 1개 여단 규모(4천명)의 중화력 부대가 이라크에 파견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 소식통은 "주한 미군의 이라크파견은 올 늦여름께 예정된 이라크주둔 미군의 차기 순환배치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한미군 '차출'은 △이라크내 무장세력의 투쟁이 격화되고 △스페인 등 파병국의 철군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미군의 이라크포로 학대로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군으로 신속하게 병력을 교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국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깔려 있다.

이와 관련,정부는 주한미군 차출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안보공백 최소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0일 NSC 상임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주 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하는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도 소집키로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안보불안감을 누그러뜨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주한미군 일부 차출이 실제로 한반도 전력에 커다란 손실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지만,북핵문제로 주한미군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온 한국인의 믿음을 깨 상당한 심리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주한미군 '차출'은 일과성이 아니고 본격적인 주한미군 감축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전세계적인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계획에 따라 차출된 주한미군이 작전 종료 후 한국으로 복귀하지 않고 본토나 제3의 중추전략기지로 배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정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일관해왔다"며 "국방위를 열어 대책이 무엇인지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