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녀에게 미국 영주권을 얻어주려고 아내와 위장이혼했다는 '기러기 아빠'가 법원 판결에 따라 '둥지 잃은 기러기' 신세가 됐다. 30일 서울가정법원 판결에 따르면 경찰로 일하던 A씨(62)와 중학교 교사인 아내 B씨(50)는 지난 98년 B씨가 교직을 잠시 쉬고 두 자녀와 함께 미국으로 가 자녀들을 미국 학교에 진학시켰다. A씨는 1년 뒤 귀국한 자녀들이 국내 학교에 다니기 어렵게 되자 다시 미국에 보냈고 2000년 정년퇴직한 뒤 자신은 미국에 건너가 자녀들 뒷바라지를 하고 아내는 다시 교편을 잡았다. 하지만 '고령의 무직자'가 된 A씨는 미국 취업이민이 곤란했고 이 때문에 자녀들도 영주권을 얻어 공부를 계속하기가 어렵자 아내와 의논해 '묘안'을 짜냈다. 부부가 위장이혼한 뒤 B씨가 미국 시민권자와 위장결혼해 영주권을 얻으면 다시 A씨와 B씨 부부가 재결합하기로 하고 2002년 5월 국내 법원과 미국 총영사관에서 '서류상' 협의이혼을 마친 것. 합의이혼 후 한국에 귀국해 '기러기 아빠'가 된 A씨는 한 달 뒤 귀국한 B씨가 "이제 남남이니 접근하지 말라"며 피하자 다툼 끝에 법원에 "우리 이혼은 위장이혼이었으니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 가정법원 가사4부(홍중표 부장판사)는 "부부 사이에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이혼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 하고 그 경우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었더라도 이혼신고를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