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내 정치권을 흔들었던 현대비자금과 불법 대선자금 및 비리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법원에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방탄국회'의 보호를 받다 구치소에 쓸려들어갔던 정치인들은 법정에서도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법원의 엄단 의지에 고개를 떨구고 구치소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26일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천만원이 선고된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공판에서 "불법자금을 1만원이라도 받았다면 정치를 떠나 아프리카라도 가서 조용히 살겠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던 인물. 법원은 박 의원이 나라종금에서 받았다는 2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현대에서 받은 3천만원에 대해서는 "먼저 자금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준법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국회의원으로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특히 "공무원의 뇌물죄는 그 영향이 결코 작지 않고 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원천이기 때문에 엄벌해야 한다"며 엄단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징역 1년이 선고된 민주당 이훈평 의원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강력히부인했지만 법원은 직무와 관련해 청탁을 받고 하도급 공사를 수주하게 해준 책임은물론,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책임까지 물어 실형을 선고했다.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6천만원을 받았던 한나라당 박명환 의원도 24일 징역 3년에 추징금 6천만원을 선고받았으며, 검찰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했던 박광태광주시장 역시 25일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천만원이 선고돼 자치단체장 생명이 위태롭게 됐다. 특히 검찰이 시정공백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한 박 시장을 법원이 직권으로법정구속했던 것은 법원의 부패범죄 엄단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게 법원안팎의 시각이다.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해 기소된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 역시 징역 1년의 실형을면치 못했고, 가담 정도가 약해 집행유예가 선고됐던 이재정 의원도 사제 출신 정치인의 명예를 더럽힐 수 밖에 없었다. 현대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치열한 법정 공방끝에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5년에 거액의 추징금까지 선고받고 신병 악화를 호소하는 처지가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현재 형사합의22부와 형사합의23부, 형사항소1부 등을 부패전담재판부로 운영하고 있고 서울고법 형사1부도 부패전담이다. 하지만 `교섭단체도 꾸릴 수 있는' 국회의원들 재판을 감당하기에는 벅차서 사실상 모든 형사합의 재판부가 `부패 전담'인 셈이다.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1년 선후배간인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은 한달에 한번 정도 만나 식사도 하며 재판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차떼기'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측근비리' 정치인들, 그리고 의원 시절 검은 비리를 숨겨온 정치인들의 운명이 법원에서 어떻게 결판날지에쏠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