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일자리 창출 특위구성과 비정규직 처우개선,하청업체 임금부담전가 처벌 등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노동정책에 대해 기업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일자리를 창출하자는데 드러내놓고 반대할 명분이 없지만 해마다 고율의 임금인상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조가 양보한다는 보장이 없는 가운데 비정규직 처우개선까지 떠맡을 경우 경영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한다.



기업들은 정규직 노조의 '고통분담안'을 정부가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올해 임단협에서도 양대 노총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임금 인상 자제에 대해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데다 단협 지침에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 이상 선으로 잡아 기업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여기다 단일 노조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 노조가 24시간 생산라인을 돌리는 현행 맞교대 근무체제를 임금 삭감 없이 전면 개편하는 방안과 지난해 경영 호조에 따른 성과급 추가 요구를 추진할 태세다.


이처럼 정부와 노동단체들이 '분배' 논리에 치우친 사회 명분을 등에 업고 이러한 노동정책을 임단협을 통해 분출할 경우 기업들로서는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초긴장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간부는 "비정규 근로자가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기위한 기업의 유일한 길이 된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노동생산성은 떨어져도 고율의 임금과 고용을 보장받는 정규노조에 대해 왜 정부가 말을 아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자동차 컨베이어에서 함께 일하다보니 '동일 노동 동일 보수'에 대한 욕구가 커질수 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원청이 하청업체 비정규직의 임금보전에 나설 경우 기업경쟁력은 결국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울산,경주의 중소 부품업체들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경주 영풍기계 이일병 이사는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리는 동시에 그동안 임금인상을 억제해온 중소업체 근로자들의 임금도 도미노처럼 오를수 밖에 없어 경영타격은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노무관리 간부도 "정부의 노동정책은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규직의 경우 근속연수가 평균 14년이라면 비정규직은 1-2년 정도에 불과해 작업숙련도 차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면서 "정부와 노동계 안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려면 교육 훈련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유한킴벌리의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전투적 노사관계가 바뀌지 않는한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부정적 시각이다.


이효수 한국노동경제학회장(영남대 교수)도 "유한킴벌리 사례는 근로자들 스스로가 조업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희생비용을 감내하고 기술교육과 훈련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손실분을 보전받는 노사상생의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비정규 처우개선이 실현되려면 고용시장이 과도하게 보호 받는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으로 극도로 양분되어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주는 현재의 왜곡된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게 만든 과다한 고용보장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김종욱 노사관리실장(이사)는 "다행히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사관계 안정을 바라고 있고 정부와도 코드가 맞는 만큼 올해는 전년과 같은 경직된 노사관계는 없을 것"이라고 마지막 기대의 끈을 놓치 않았다.


기업체들의 공통된 바램인 것 같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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