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생도가 작년 말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미국 육사(웨스트포인트)의 여단장생도에 임명돼 활약중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여단장생도는 육사생도 4천여명의 자체 지휘체계에서 서열 1위의 직책으로 웨스트포인트 사상 여성이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미육사신문 포인터 뷰(Pointer View)는 지난 달 9일 뉴욕주 콩거스에 거주하는육사 4학년 정한샘(22.여.미국명 그레이스 정)씨가 2학기에 여단장생도(Brigade Commander)로 임명됐다고 보도한 것으로 한미연합사가 9일 밝혔다. 정씨는 생도규율 확립과 자체행사 기획 및 이행 등 생도대의 일반적인 업무를주도하고 생도를 대표해 외부 귀빈을 맞이하는 의전역할과 언론에 생도들의 의사를알리는 대변인 역할도 하게 된다. 정씨는 부여단장생도 시절인 작년 9월 국방위 소속 상원의원으로서 육사를 찾은힐러리 클린턴 의원을 안내했고 4월에는 몇몇 생도 대표들과 함께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이라크전에 대한 육사 생도들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씨는 13세 때인 1995년 오빠 정한뜻(24.미국명 티모시 정)씨와 함께 광복 50주년을 기념하는 자전거 대륙횡단에 나서 교민사회의 주목을 받는 등 왕성한 대외활동을 해왔다. 고등학교(클락스타운 하이스쿨)에서 아시아계 여학생으로서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학생회장을 지냈던 김씨는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대학군)로 진학하라는 지인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려운 집안사정 등을 감안해 육사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녀는 포인트 뷰와 회견에서 "고교 시절까지 견학할 기회가 많았던 육사가 젊은이들에게 제공하는 기회 때문에 군인의 길을 선택했다. 무언가 색다르고도전적인 것을 하고 싶은 욕망도 입교의 배경이다"고 말했다. 입교 전 그녀의 의지는 이처럼 당찼으나 생도 1, 2학년 시절은 보람보다는 후회가 더 컸을 정도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녀는 "스스로 육사를 선택했으나 입교 후 처음 2년간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 자문할 정도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3학년 때부터 육사생활에 잘 적응해 최우수 생도에 해당하는 특무상사(Sergeant Major)생도에 발탁된 데 이어 부여단장생도를 거쳐 작년 12월 19일 여단장생도에 오르는 등 학업과 지도력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레오 브룩스 생도대장(육군 준장)은 "정 생도는 웨스트포인트 프로그램을 군사적, 체력적, 학문적으로 훌륭하게 이행해 동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등 이미 검증된지도자"라고 극찬했다. 그녀는 최근 3년 간 생도대 낙하산 스포츠팀에서 활동한 경험이 생도들을 지휘할 수 있는 영광을 안게된 비결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점프팀에서 얻은 경험은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고귀한 것이었다. 중심을 잡기 위해 낙하산 끈을 당기면서 사람들의 장단점을 쉽게 파악하는 방법을터득했다. 생도여단을 이끄는 게 교내 운동장에 낙하하는 것만큼 짜릿하지는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사관학교 졸업후 군용 항공기 조종사로 활동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