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 법무장관으로 가라고 할 땐 겁이 났었죠"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경찰 지휘관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 참석한 강금실 법무장관. 30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현대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관 워크숍'특강에 베이지색 양장 차림의 화사한 모습으로 등장한 강 장관은 첫 여성 법무장관으로서 겪은 마음 고생을 예로 들어가며 참여정부의 개혁방향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는 "제가 처음 장관이 될 때 모두 나이도 어린 데다 여성이고 검찰 근무경험도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대통령은 이를 관철시켰다"며 "그것은 대통령이 경직된 조직 질서에 융통성과 소수자나 비주류에 대한 배려 의식 등을 불어넣기를 원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따라서 검찰이나 경찰이 권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헌법이 부여한권한만 수행하는 기관으로 돌아가는 게 참여정부의 개혁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검경의 관계도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누르는 관계'에서 벗어나 가능하면 1차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찰은 법률에 따른 준사법기관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저는 판사도 했고 변호사도 했지만 지금도 제복 입은 경찰관을 보면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는 등 가벼운 농담을 섞어가며 경찰 지휘관들의 웃음을 유도하며 강연을 한 뒤 20분 가량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하태신 인천경찰청장이 "'강효리'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강금실'이라는 이름은 촌스럽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강효리'라고 하면 뭔가세련된 것 같기는 하다"고 가볍게 넘긴 뒤 출마설과 관련된 질문이 없었음에도 "제가 총선 출마설에 너무 시달려서 죽을 뻔 했는데 이제 거의 끝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경찰 간부들이 총선 출마여부를 되묻자 "방금 나가지 않는다고 했는데 또 묻는 건 거의 '사오정'이나 '형광등' 수준이 아닌가요"라고 가볍게 힐난, 질문자를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 강 장관은 문경호 전남청장으로부터 "검사 경험 없이 법무장관직을 수행하면서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습니까"라는 질문에 "처음엔 무서웠다"고 토로한 뒤 "인생이라는 게 자기 마음대로만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죽게 되면 죽고 열흘 만에 쫓겨나면 쫓겨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1년 가까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강연이 끝난 뒤 민주당의 '한화갑 표적수사' 주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우 수사하다 보니까 나온 거지 요즘 검찰이 표적수사하는 것봤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