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윤락업소에서 수년간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매춘을 강요당한 여성들이 업주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뒤 법원의 첫 결정이 내려졌다.

11일 성남지원과 이들의 무료변론을 맡고 있는 법률지원단에 따르면 손해배상소송과 함께 신청한 강제집행 정지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선불금을 못 갚아 집이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 여성이 강제집행을 면하게 됐다.

임시처분이긴 하지만 이같은 법원의 결정으로 성매매 여성들을 업주들이 사고팔때 공공연히 주고받는 선불금이 불법원인 급여로 인정되는 발판이 마련됐으며 향후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들 여성들이 유리한 판결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안산의 가요주점에서 여종업원으로 일하는 A(27)씨는 지난 2002년 5월가정형편이 어려워 생계비 때문에 카드 빚 300만원을 져 이를 갚으려고 직업소개소를 통해 선불금 300만원을 받고 유흥업소에 취업했다.

A씨는 그러나 술접대 뿐 아니라 매춘을 할 때만 돈을 받는 조건으로 일해야 했고 수십만원의 결근비, 지각비 때문에 몸이 아파도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A씨의 기대와는 달리 빚은 점점 늘어 4개월만에 배가 넘는 750만원의 빚을 지자A씨는 더 큰 선불금을 주는 업소 여러 곳을 전전한 끝에 빚이 1천550만원으로 늘어난 채로 배모씨가 운영하는 안산의 가요주점에까지 팔려갔다.

업주 배씨는 선불금을 A씨에게 지급하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여종업원 B씨와 맞보증하는 수법으로 약속어음을 공동발행하도록 해 두 사람의 발목을 잡았다.

A씨가 빚을 갚지 못하자 배씨는 A씨의 가족이 사는 반지하 빌라를 빚 대신 받겠다며 법원에 강제집행 신청을 냈고 조만간 경매에 부쳐지게 돼 A씨의 가족은 길바닥에 나 앉을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위기상황에서 A씨와 법률지원단은 윤락행위와 관련된 채권을 무효로 하는 `윤락행위방지법'에 근거해 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A씨 등이 선불금 무효와 위자료를 요구하며 제기한 손해배상 본안소송이선고될 때까지 A씨의 집에 대한 강제집행을 정지했다.

강지원 변호사는 "법원의 결정은 윤락업소 업주들이 성매매여성들을 옥죄는 선불금이 채무가 아니라는 의미"라며 "선불금에 묶인 여성들이 강제로 성매매를 해야하는 고통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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