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폭력 피해 아동의 `비디오 녹화 진술'을 법적 증거로 인정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비디오 녹화 진술이 법정 증거물로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아동 성폭력 범죄 단죄를 위해 피해자들을 직접 법정에 세우지 않고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있는 선례로 남게됐다. 5일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남태)는 최근 미성년자 의제 강제추행 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60)씨에 대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작성된 비디오 녹화 진술을 근거로 징역 8월을 선고했다. 김씨는 자신의 딸이 운영하는 마포구 연남동 A어린이집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가 지난 해 5월31일께 어린이집 2층 TV시청용 방에서 원생 J(5)양과 K(4)양을 성추행하고 상처까지 입힌 혐의로 기소됐었다. 재판부는 J양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고, J양을 강제추행해 다치게 한 혐의와 K양에 대한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심리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인 J양과 K양을 법정에 세우는 대신 이들이 경찰에서 조사받을 당시 작성된 비디오 녹화 진술을 혐의 입증의 주요 증거로 삼았다. 이 비디오 녹화 진술은 증거보전 신청도 돼 있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피해 아동들과 상담사, 작성자 등을 불러 이 녹화 진술의 `진정 성립'에 대한 검증을 거쳐 피고인에 실형을 선고했다. 형사1부 장윤석 판사는 "피해 아동들이 법정엔 출두하지 않았지만 법원의 이 비디오 진술에 대한 검증에서 `자신들이 진술한 내용이 맞다'며 확인해줘 진정 성립이인정된 만큼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고 이를 주된 증거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서 채택된 주요 증거들은 비디오 녹화 진술과 이 비디오 진술에 대한 감정인의 감정 결과, 심리와 신경정신학 교수 등 제3의 전문가들의 진술 등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K양에 대한 혐의에 대해선 비디오 진술의 `증명력'을 인정하기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비디오 진술 녹화 과정에서 상담사 최모씨가 유도성.암시성이 강한 질문을던져 K양의 진술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고, K양 역시 나이가 어려 과거 경험을 기억해 진술하는 능력이 상당히 미약해 보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또 J양에 대한 치상 혐의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원인이 개입돼 생긴 상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 판시했다. 한편, 1심 판결 후 검찰과 피고인 측이 모두 판결에 불복, 쌍방 상소해 현재 사건은 서울지법에 계류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