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들뜬 분위기 속에 50대 장애인이 영양실조로 숨지는 등 사회 음지에서 외롭게 살아오던 사람들이 잇따라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1일 대전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30일 오전 4시께 대전시 동구 가양동 김모(54.무직.지체장애 3급)씨 집에서 김씨가 방에 쓰러진 채 숨져 있는 것을 작은 아들(25)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모대학 법학과 2학년을 다니다 휴학한 김씨의 작은아들은 "29일 밤 작은방에 계신 아버지께 빵과 우유를 사다 드린 뒤 형과 안방에서 비디오를 보다 새벽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방에 가보니 아버지가 이미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인은 영양실조로 인한 폐렴 때문에 발생한 호흡곤란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지난 1999년 1월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으로 인해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으며 부인 또한 7년전 교통사고로 사망, 두 아들이 막노동판에서 벌어온 돈으로 근근이 생활해왔다. 그러나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막노동 일자리마저 끊기자 이들 삼부자(父子)는 지난 3주동안 라면과 빵으로 끼니를 때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30일 오전 5시께는 대전시 대덕구 상서동 김모(50)씨 집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조선족 불법 체류자인 배모(31.노동)씨가 앞마당 감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배씨의 누나(33)는 "동생이 머리가 많이 아프다고 전화를 걸어와 함께 새벽까지 같이 있었는데 동생이 갑자기 현관 유리창을 주먹으로 깨고 나갔다"며 "동생이 최근 많이 피곤해 보였고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