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는 여느 때보다 눈부시다.

찬 물에 세수를 막 끝낸 얼굴로 신생의 아침을 여는 태양.

대지의 잠을 깨우며 장엄하게 떠오른다.

그 밑으로 하늘과 땅의 경계를 가르는 시속 3백km의 고속철도.

청량한 햇살 아래 날렵하게 뻗어가는 저 희망의 속도를 맞기 위해 우리는 10여년을 준비했다.

지상 최고의 속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몸체.

그 멋진 자세가 전국을 반나절로 잇는 빛의 길을 연다.

부산에서 서울을 지나 북녘 땅과 광활한 시베리아,유럽까지 달리는 철의 실크로드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올해의 첫 일출은 더욱 각별하다.

외환위기 때보다 심한 체감 불황에 시달렸고 고통도 깊었으니 새해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크다.

이제 굳은 살 박인 두 손으로 뜨거운 해를 품어안을 때.

저 은빛 레일의 등뼈와 철교를 떠받친 기둥이 튼실할수록 꿈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모든 것이 광속으로 움직이는 21세기.

그러나 빛의 속도보다 빠른 것이 희망이다.

그 속에서 역동적인 한국경제의 힘이 살아나고 세계로 뻗어 나갈 국운도 솟구쳐 오른다.

글=고두현 기자 swe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