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의 알칸사스대학 병원의 수술실에서는 한국인 의사 두 명이 수술 도구를 들고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미국인 의사와 간호사들은 한국인 의사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신장을 절제하는 수술 장면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수술을 집도한 한국인 의사는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의 양승철 교수와 나군호 교수다. 이들 교수는 신장암에 걸린 71세의 백인 환자에게 '영상보조 최소 절개술'을 시술해 병든 신장을 꺼냈다. 양 교수와 나 교수가 이날 선보인 수술은 자체 고안한 수술 도구를 이용해 수술 후유증과 수술 흉터를 최소화해 신장을 절제하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양 교수와 나 교수팀의 새로운 신장 절제술을 소개한다. ◆수술 흉터와 후유증 최소화=종전의 복강경 수술로 신장을 적출하기 위해서는 복부 3∼4곳을 7∼8cm로 절개해야 했다. 그러나 영상보조 최소 절개술은 5∼7cm 정도 길이로 두 곳만 절개하면 된다. 절개한 곳은 양 교수팀이 고안한 여러 기구를 이용해 복근과 복막을 들어올려 수술 공간을 확보한다. 기존 수술과 달리 복근을 자르지 않아도 되는 게 장점이다. 따라서 신장 이식을 할 때 신장 제공자의 복부 절개를 가능한 최소화해 수술 후유증이나 수술 흉터를 줄일 수 있어 신장 이식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또 이 수술법은 한 명의 의사가 수술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점이다. 보통 병든 신장이나 신장 이식을 위해 신장을 떼어내는 수술을 할 경우에는 집도 의사가 신속하고 안전하게 수술하기 위해 최소 두 명 이상의 보조 의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양 교수팀은 새로운 수술방법과 자체 개발한 수술 도구를 이용,단독으로 신장을 떼어내는 수술에 성공했다. ◆수술 도구도 자체 개발=양 교수팀은 수술에 쓰이는 도구를 자체 개발했다. 이 도구들은 집도 의사가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배의 근육과 복막 등을 들어올리고 당겨주는 '전동식 천자용 복근거상기'와 '복막견인기' 등이다. 이 기구들은 지금까지 보조 의사들이 해오던 복부 근육을 들어올리고 복막을 당겨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 기구들은 미국 의료기기 생산업체인 톰슨사와 공동으로 개발,미국 등 해외에 수술 도구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교수팀은 이 수술법에 대한 성공적인 결과를 아시아 이식학회에 보고했으며 미국 비뇨기과 내시경학회에서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양 교수팀은 수술 결과를 바탕으로 미 비뇨기과 내시경학회에 수련센터를 인정해 줄 것을 신청했다.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미국 학회에서 돈을 받아 외국 의사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되며 국내 의료기술을 외국에 보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