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2살짜리 아들을 위해 게임 CD 1장을 훔친 40대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달서 경찰서는 23일 할인매장에서 게임 CD 1장을 몰래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최모(44.무직.경북 칠곡군 지천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는 22일 오후 2시 20분께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한 대형 할인점에서 전기공구를 이용, 도난 방지용 장치를 뜯은 뒤 4만8천원짜리 컴퓨터 게임 CD 1장을 훔친혐의다. 최근 서울의 한 전기 감리회사에서 정리해고 대상이 된 최씨는 이날 대구에서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던 중 `올 크리스마스에는 선물로 게임 CD를 사주겠다'고 한막내 아들과의 약속이 떠올라 할인점을 찾았다. 이 때 그의 수중에 있던 돈은 단돈 2만원. 그러나 막상 아들이 원하던 `플레이 스테이션2'용 게임 CD를 손에 집어들었을때 가격은 4만8천원이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감리회사에 근무하면서 지니고 다니던 니퍼로 CD에 장착된 도난 방지 장치를 뜯어낸 뒤 호주머니에 집어넣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CCTV(패쇄회로TV)를 통해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본 보안 직원들에게 붙잡혔다. 최씨는 무릎까지 꿇어가며 `한 번만 봐 달라'고 호소했으나 이 할인점의 협력업체 소속 보안 직원은 `단순 절취가 아니라 도구를 사용한 절도'라는 이유로 결국 최씨를 경찰에 넘겼다. 경찰에서 그는 "최근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 대상이 돼 2개월째 월급을 받지못해 돈이 없었다"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고 결국 최씨는 구속은 면한채 불구속 입건으로 풀려났다. 경찰은 "자식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최씨의 선택은 결국 빗나갔다"며 "경기가 유난히 안 좋았던 올 한해를 보내면서 연말을 우울하게 하는 서글픈 일"이라며 씁쓸해했다.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