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이 충청권의 음성과 천안에 이어 전남과 경북지역에서도 차례로 발생했다. 그러나 감염경로는 여전히 미궁인 상태여서 관련대책 마련도 사실상 불가능, 전국에 비상령이 내려졌다. 특히 대만 정부가 한국내 조류독감을 감안해 관련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키로 결정함에 따라 닭·오리 고기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감염경로를 집중 추적해 조류독감을 조기에 추방하고 닭 2백50만마리 수매를 통해 사육농가의 충격을 완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 전국에 내려진 비상령 =농림부는 21일 경북 경주의 산란계 농장, 전남 나주 및 충북 청주의 식용 오리농장 등 3곳에서 전날 오후 늦게 신고가 접수돼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조류독감으로 최종 판명됐다고 밝혔다. 경주 농장에선 1만2백50마리중 8백마리, 나주 농장은 1만4천9백마리중 4백30마리가 각각 폐사했다. 피해는 늘어나고 있지만 감염경로가 아직 확인되지 않아 확산 방지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역학조사를 토대로 추정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추운 겨울을 피해 시베리아 등지에서 날아오는 청둥오리 등 철새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퍼뜨렸을 가능성, 다른 하나는 걸렸더라도 증상이 거의 없는 오리에게 훨씬 이전 감염돼 있었을 가능성이다. 두 경우 모두 조류독감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방역당국을 긴장상태로 몰아 넣고 있다. 철새가 감염원이라면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한반도에 날아와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오리라면 국내 유일의 원종 오리농장에서 감염이 확인돼 전국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정부 긴급대책 마련 착수 =대만 정부는 한국내 조류독감과 관련해 이날 한국으로부터의 관련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전개되자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폭락세인 닭고기값이 안정되도록 닭 2백50만마리를 수매하고 피해 농가에 대해선 생계안정비용과 보상비를 조기 지급키로 했다. 농림부는 조류독감에 걸린 닭들이 유통되지 못하게 지난 20일부터 전국 61개 닭 도축장에 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방역 대책을 강화했다. 한편 이번 조류독감(H5N1)의 인체 전염성 여부는 한 달 뒤에나 최종 확인될 예정이나 아직까지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김문식 국립보건원장은 "감염 종계농장 종사자나 가족 등 63명은 4∼5일의 잠복기간을 2배 이상 넘겼는데도 현재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이번 조류독감은 인체에 전염되지 않는 경우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들 외에 조류독감이 확인된 닭 오리농장의 고위험군 접촉자 4백24명도 증세를 보인 경우는 지금까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종호ㆍ이정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