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의 의지를 무시하고 어린 자녀의 목숨을 끊거나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자녀를 삶과 죽음을 직접 결정할 권한이 있는 독립된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여기거나 자녀에게 자신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부모의 그릇된 인식에 기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월이후 부모가 어린 자녀를 살해하거나 자녀와 함께동반자살한 사건은 모두 12건으로 집계됐다. 이로인해 39명이 숨졌으며, 이 가운데 어린 자녀들이 23명에 달했다. 지난 19일 발생한 `남매 한강 투기'사건은 정신병력을 지난 20대 초반의 `철부지' 아버지가 경마와 도박으로 인한 카드빚과 생계난 등으로 양육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저지른 비극이었다. 앞서 지난 7월 30대 주부가 인천 부평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두 딸을 먼저 던진뒤 자신도 함께 뛰어내린 사건 역시 카드빚과 생활고로 인한 고민으로 `엄마 살려줘'라는 아이들의 의지에 반해 어머니가 감행한 범죄였다. 지난달에는 대전에서 사업실패를 비관한 40대 가장이 공기총으로 아내와 자녀 2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 4일에는 경기도 시흥에서 경마와 경륜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부부가 아들과 딸과 함께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했다. 지난 10월에는 가정불화를 비관한 30대 주부가 초등학생인 딸과 아들을 목졸라살해한 뒤 수원시내 야산에 시체를 유기했으며, 지난 8월에는 부산에서 빚더미에 올라앉은 30대 가장이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자살을 기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과 박용천 교수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거나 함께 동반자살하는 사건은 모두 가정파괴에서 기인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자녀 한강 투기사건과 같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경우는 특히 역할모델이 없거나 교육을 받지 못해 부모와 가정의 역할을 체득하지 못한 부모가 가정에 불화가 있거나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 이로 인한 잠재된 분노를 가장 취약한아이들에게 푸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부모의 특성은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분신으로 보는 것"이라며 "가족동반자살의 경우 대개 아이들을 고통스러운 부모 자신과동일시한 뒤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들을 죽인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는 역시 가족들이 경제적이거나 감정적인 이유로 문제점에 봉착했을 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극단적인 해결방법을 택하는 것"이라며 "가족과 가장의역할과 어떠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해결방법 등에 대한 대중매체나 학교를 통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