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아 있기만을..." 경북 청도군 풍각면 팽이버섯 재배가공 공장에서 지난 17일 발생한 화재로 실종된 12명의 생사가 불이난 지 10시간이 지난 18일 오전 3시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수색작업마저 지연되자 현장을 지키는 실종자 가족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화재 발생 6시간여만인 17일 오후 11시께 1차로 소방관 40여명이 건물내부에 진입,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으나 열기와 유독가스로 수색작업을 벌이지 못한 채 철수했다. 이어 1층 발화지점에 남아있는 잔불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버섯 재배를 위해 쌓아둔 톱밥과 왕겨에 붙은 불이 꺼지지 않아 실종자 수색작업은 중단된 상태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일단 실종자들은 연기에 질식했거나 불에타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야간 수색작업으로 자칫 사체 훼손의 우려가 높다고 판단, 날이 밝은 뒤 수색작업을 펴기로 했다. 소방당국도 화재진압을 위해 일부 소방관들이 현장에 들어가 육안 수색결과 일단은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일부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불에 탄 사체 일부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체가 불에 탔을 경우 수색으로 훼손될 우려가 높아 어둠속의수색은 불가능한 실정으로 날이 밝은 뒤 화재감식과 함께 수색작업을 벌여 유전자감식을 통해 정확한 신원을 가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재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 와 살아있기를 바라며 수색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40-50여명의 가족들은 수색작업이 늦어지자 "살아있을 지도 모를 실종자에대한 수색작업을 미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곧장 현장으로 달려 와 실종된 남편(김칠태.31)을 기다린 장선미(32.여.청도읍 화양리)씨는 "남편이 오늘 새벽 회사에 할 일이 많다며 평소보다일찍 집을 나섰고 낮에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이들 소식까지 물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었다. 실종자 이승자(46.청도군 풍각면)씨의 남편 전용술(53)씨는 "4-5년 전부터 포장실에 근무해 온 아내가 최근에 지원 근무를 위해 배양실에서 일한다고 들었다"면서"고생만 시켰는데, 살아 있어야 할 텐데..."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화재 당시 1층에서 일하다 불이나자 이 소식을 동료들에게 알리기 위해 2층 관리실로 올라간 뒤 대피하지 못한 김옥진(41.여.풍각면)씨의 실종소식은 주위를 더욱안타깝게 했다. 대흥농산에서 발생한 화재는 단일 건물에서 불이 났으나 내부가 버섯재배장 및가공공장으로 가연성 물질이 많은데다 비상 탈출할 창문조차 제대로 없어 의외로 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자 희생자 가족들은 분노에 떨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160여명이 작업을 하는 버섯재배가공 건물에 비상구도 제대로갖추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소방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췄는지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다시 12명이 실종된 대형화재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구.경북지역민들은 대구지하철 참사를 시작으로 대형사고가 5번이나 발생한데 대해 망연자실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월18일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방화참사(사망 192명, 부상 148명)를 시작으로 8월8일 경부선에서 열차 추돌사고(사망 2명\, 부상 100여명)에 이어 9월13일에는태풍 `매미'까지 덮쳐 사망 16명, 실종 3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10월21일에는 경북 봉화 청량산 관광버스 추락(사망 17명, 중상 14명)와 이날대형화재사고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천재지변인 태풍을 제외한 4건 모두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돼 시.도민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시민 장모(37.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씨는 "또다시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소중한인명이 희생됐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면서 "하루속히 계미년이 지나가기를 바라며,새해에는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당국과 시민들이 더욱 각성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청도= 연합뉴스) 이강일.한무선 기자 leeki@yna.co.kr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