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이주흥 부장판사)는 지난 98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반도체) 주가조작으로 손해를 봤다며 소액주주 54명이 현대증권과 이익치 전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청구액 3억5천여만원 대부분을 인정하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주가조작으로 인한 배상 책임은 인정되나 원고들의 손해가 주가조작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한 바 있어 주가조작의 손해액산정방식 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시세조종으로 고평가된 주가가 시세조종 중단후 '주식시장 선순환' 작용에 의해 하락해 정상 가격을 되찾는다는 1심의 전제와 달리 주가는 여전히 고평가 상태이며 시세조종 중단후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도 피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전의 정상적인 종합주가지수와 전기기계 업종지수 등을 토대로 구한 주가 함수를 현대전자 주가조작 기간의 주가 흐름과 비교해 차이를 계산한 결과 원고들의 청구액이 대부분 인정됐다"고 덧붙였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은 지난 98년 4월부터 11월까지 이익치 회장이 주도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을 동원, 고가 매수주문과 통정매매 등으로 현대전자 주가를 1만4천원대에서 3만4천원대까지 끌어올린 사건이다. 주가조작이 진행중이던 98년 6월부터 금감원 조사결과가 발표된 99년 4월까지 현대전자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참여연대의 지원으로 99년 10월 소송을 냈으며, 현대증권과 이익치씨는 형사재판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이번 판결과 관련, 참여연대는 "항소심 결과에 따르면 1주당 손해액은 평균 4천160원이고 전체주주들의 피해액은 145억원에 이르며 정씨 일가가 얻은 시세차익은 3천64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입법무산 위기에 몰린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논평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