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교육과정은 교육부 말대로 달라진 게 아니라 더 복잡해진 것입니다" 9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특급 호텔에서 한 사설 학원이 연 2005학년도 입시설명회장. 입시 전문 강사의 첫 마디가 이렇게 떨어지자 행사장에 참여한 학부모들의 표정이 일순간 잔뜩 굳어지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예비 고3 학년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 입시설명회장은 고교 2학년을 둔 학부모와학생들로 3천여석의 자리는 이미 행사시작 3시간 전에 메워졌고 바닥과 통로까지 입시정보를 얻으려는 참석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행사장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일부 학부모는 "지방에서 왔는데 입장시켜 줘야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했고 서둘러 자리를 잡은 학부모는 점심을 걸렀는지빵과 김밥을 먹으며 강사의 설명에 집중했다. 자리를 잡지 못한 학부모들은 발뒤꿈치를 들고 강사의 설명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필기를 하기도 했다. 내년도 입시에 처음 적용되는 7차 교육과정은 사설 입시 업체로서는 예비고객을끌어모을 수 있는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찬스'였고 학부모와 수능을 봐야하는 고2학년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고2 자녀를 둔 학부모 정성은(44) 씨는 "내년에 무엇인가 변하는 것 같은데 학교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막연한 두려움에 입시설명회를 찾았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7차 교육과정이 올해보다 더 복잡해지고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강사의 말에 학부모들은 일제히 한숨을 쉬었고 재수생은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강사의 장담이 이어지자 학부모와 학생들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다. 내년에 재수를 생각하고 있는 설모(19) 군은 "7차 교육과정에서 달라지는 점을알고 싶어 왔다"며 "재수생이 유리할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평일인 탓에 행사장에는 학부모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학교수업을 조퇴하고 참석한 고2 학생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고 학습지 업체와 다른 학원 측에서도 행사장 주변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날 설명회는 2004년도 대입입시와 관련된 `따끈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학생과 학부형들의 불안심리를 악용해 영리를 챙기려는 속셈을 드러냈다는 비난이 나왔다. 행사장을 찾은 학부모 진영관(46) 씨는 "잦은 입시제도 변화에 불안해 하는 학부모들을 지나치게 `선동적'으로 현혹하는 것 같았다. 학생들 앞에서 교육부의 정책을 `개악', `탁상공론'이라고 매도하는 모습도 보기 좋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