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용대금을 제때 결제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20-30대가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카드대금 미결제를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과 관련된 법원의 해석이 갈리고 있다. 대전지법 형사1단독 황성주 판사는 9일 4천만원이 넘는 신용카드 사용대금을 연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입하거나 현금서비스를 받는 방법으로 1천38만여원을 사용한 뒤 결제하지 않은 혐의(사기)로 약식기소된 임 모(26) 피고인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같은 법원 형사6단독 정선오 판사는 지난 6일 신용카드로 1천660만원을 쓰고 대금을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박 모(40) 피고인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정 판사는 "형법은 사람을 속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한 자를 처벌하고 있으며 여기서 사람은 자연인만을 말한다"며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현금서비스를 신청하고 그에 따라 피고인의 통장에 요청한 금액이 이체되는 과정에서 속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피해자가 누군지 알 수 없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정 판사는 이에 앞서 지난 10월 17일에도 "신용카드업자가 정한 기준에 따라 대금결제 능력이 확인된 자에게만 카드를 발급하게 돼 있는 바 피고인이 카드를 발급받은 이상 발급 당시 피고인은 대금결제 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카드대금2천500여만원을 갚지 못해 기소된 장 모(30.여) 피고인의 사기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같이 상이한 판결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면 카드사가 가맹점에 무조건 물건값을 지급한 뒤 카드사용자에게 대금을 청구하는 3면적 관계가 성립하는데 이때 카드사를 사기 피해자로 볼 수 있는지 등이 논란이 된다"며 "사기죄에 관한 전통적 이론으로는 사기죄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카드발급 이후 카드사용자의 재산관계나 대금결제 능력 등이 현저하게 바뀌었는데도 이를 카드사에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묵시적으로 나마 범죄의도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며 "아직까지는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없이 법리적 논란이 전개되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