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저가발행을 통해 장남 재용씨에게 삼성 경영권과 970억원을 변칙상속한데 대해 검찰이 위법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지검 특수2부(채동욱 부장검사)는 1일 곽노현 방송대 교수 등 법학교수 43명의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고발사건과 관련, 당시 CB발행을 담당했던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전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전 상무)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이건희 회장과 재용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고 비상장주 헐값인수를 통한 재벌의 변칙.편법 상속도 차단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검찰에 따르면 허 사장 등은 지난 96년 11월께 최소한 주당 8만5천원에 거래되던 에버랜드 CB를 발행하면서 제일제당 등이 실권한 96억원 어치를 이사회 결의를통해 재용씨 남매에게 주당 7천700원에 배정, 회사에 970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혐의다. 검찰은 당시 다른 계열사들이 삼성 에버랜드 주식에 대해 주당 8만9천∼23만원에 평가한 근거를 확보했으며, 주주간에 에버랜드 주식이 실제 8만5천원에 거래가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평가 가능한 최소치 가격인 8만5천원을 적용하더라도 전체 발행물량의 96%(125만4천여주)를 재용씨 등에게 배정한 만큼 모두 970억원의 회사손실이 인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용씨는 이 같은 CB 배정 등으로 인해 에버랜드 지분 25.1%를 확보한 최대주주가 됐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주식 19.3%를 갖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삼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대량 보유한 지주회사격이다. 검찰은 그간 피고발인과 에버랜드 실무진 등 모두 50여명을 소환하고 관련사 서류와 자료를 입수, 조사 분석 작업을 진행해왔다. 검찰은 최근 SK그룹 주식 맞교환 사건에서 배임액이 특정되지 않은 채 손해만있다고 판단될 경우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판례를 감안, 특경가법상 배임죄 공소시효(10년)가 3년여 남아있더라도 2일로 만료되는 업무상 배임죄 공소시효내에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신상규 서울지검 3차장은 "손해액을 특정할 수 있어 특경가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지만 다른 사례의 판결에 비춰보면 곤란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배임액이 50억원 이상일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검찰은 재판 진행중 다른 공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만큼 이건희 회장등 나머지 피고발인 31명과 수익자인 재용씨 등 핵심 당사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거쳐 책임 유무를 가린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에버랜드측은 검찰조사에서 긴급 자금 확보의 필요성에 따라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며, 재용씨는 제3자로서 배정받은 것일 뿐이라고 공모 여부 등을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에버랜드가 주장하는 자금 조달의 필요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주장의 사실 여부 및 윗선의 공모 여부 등을 가리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