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답답해서 '나 사장 그만두고 다른 데로 갈 테니 새 사장과 협상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이젠 다 해결됐으니 공장으로 내려가 직원들을 따뜻하게 맞을 생각입니다." 1백45일의 장기 파업을 견디며 26차례 협상 끝에 노사분규를 타결지은 한국네슬레 이삼휘 사장. 그는 이번 사태를 "환자를 자칫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대수술"에 비유했다. 온정주의에 젖어 있는 국내 노사 관행을 따르지 않고 '원칙'을 지켜내기가 그만큼 고통스러웠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특히 자신이 속한 사업장을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일자리'로 생각하지 못하는 풍토가 야속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스위스 본사에서는 '강경 일변도의 노조 투쟁이 결국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임을 강조하라'고 주문했지요.그런데 노조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어요.본사에서 '당신이 설득을 잘못한 것 아니냐'고 되묻는데 할 말이 없더군요." 그는 이번 파업으로 네슬레의 세계적인 사업 전략에서 한국 공장의 위상이 축소된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네슬레 본사는 당초 내년 한국 공장의 설비 증설을 계획했으나 파업이 장기화되자 이를 취소해 버렸다. 또 미주지역 수출 물량을 중국 공장 등에 빼앗겨 노조측이 끈질기게 요구했던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할 기회마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이번 사태로 한국 노동운동가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실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끝 모르고 장기화되던 파업이 스위스 원정투쟁 후 갑작스레 해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스위스에선 경찰이 머리띠도 두르지 못하게 단속합니다.본사 경영진이 아무도 만나주질 않았고 국제식품노련조차 '한국 내에서 해결하라'며 호응해 주지 않았다니 말입니다." 이 사장은 이런 안타까움을 가슴에 묻어둔 채 새 출발의 전열을 가다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일 공장으로 내려가 생산시설 정비를 독려하고 임직원들과 협의해 3일 파업 후 첫 출근하는 사원들을 위한 이벤트도 마련할 예정이다. "제가 마음먹은 수술이 어느 정도 끝났으니 이제 경영자로서 본업에 충실할 때가 왔습니다.국내 기업들과 다양한 공동사업을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끌어올리겠습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