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자가 76만여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일은 의미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29일 최종합격자가 발표되는 경주시 환경미화원 채용시험에 합격한 박옥희(25.여.경주시 황성동)씨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며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박씨는 여성 7명과 남성 18명을 선발하는 공개채용에서 여성 102명 응시로 14.6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최초의 4년제 대학교 출신 환경미화원'이자 '최초의 미혼여성 미화원'으로 기록됐다. 박씨는 2000년 2월 동국대 경주캠퍼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도우미로 활동한뒤 경주시청 일용직 공무원으로 근무해 왔다. 박씨는 "일반적으로 소외계층의 일이라고 여겨지는 환경미화원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가족들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합격했다니까 놀라워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초등학교 5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신뒤 풍족하던 가세가 기울었고 어머니가 사기를 당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겪으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감대와 관심이 깊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경주엑스포 도우미로 일하던 어느날 시각장애인 부부가 행사장을 찾았을때 왠지 그분들을 돕고 싶어 휴무일을 이용해 안내해 드렸다"면서 "두분이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도 미화원에 응시했다고 하자 좋아하는 기색이 아니었다"며 "지금은 제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경주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남자들도 하기 힘든 환경미화원을 미혼여성이 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박씨의 의지가 굳세 잘 적응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경주=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realism@yonhapnews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